- 장례식 2019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빈소는 연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이었다. 빈소 앞 모니터에 상주며 가족 정보가 표시되는데, 위에서부터 순서가 둘째인 외삼촌, 첫째인 이모의 남편, 막내인 혜진이의 남편인 뇽 순이었다. 멀쩡한 두 딸 대신 사위들을 왜? 당장 관리실에 정정 요청을 넣었다. 세상 나온 순서대로 이모, 외삼촌, 혜진이 순으로. 하지만 영정 사진을 든 이는 할아버지의 첫 손주인 외사촌 언니가 아니라 병태였다. 올 초여름에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시설이 오래 되어 딱히 빈소 앞 모니터라 할만한 것이 없었다. 혜진이는 처음부터 상조회사에 내 몫의 완장을 달라고 요청해 주었다. 본인은 혜진과 뇽의 지지를 받으며 검은 블레이저를 입고 완장을 찼다. 할머니 영정 사진과 뼛가루를..
- 삐리리 불어봐 #2. 피리를 배우러 갔다 2월 두 번째 주 모일 저녁. 첫 피리 수업을 갔다. 공식적으로 본인은 지금 방학 중이지만 2월에 급 잡힌 본가 근처 센터의 수업이 있다. 월수금 12회기짜리다. 끝나는 시간은 대략 5시 반, 난리가 난 교실 뒷정리를 하고 나면 6시쯤. 중고 책방에 가서 수업용 그림책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6시 반이다. 종종 걸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달 받은 주소를 찍고 연습실로 향했다. 성북천을 꽤 왔다 갔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작고 낡았지만 그래서 귀여운 공간. 본인이야 선생님이 대신 해 주었지만 여느 공간처럼 스페이스 클라우드에서 예약할 수 있더라. 먼저 도착해서 구경하면서 기다리니 선생님이 곧 도착했다. 생각보다 젊으셨다. 피리의 구조와 종류(향피리 당피리..
- 우쿨렐레로 놀기 #2. 쏘이 꼬레아나 당신이 동북아시아인이라면 중미에서 당신은 치나, 또는 치노다. 혹 나이가 젊은 축이라면 치니따가 되겠다. 짐작할 수 있듯 중국인이라는 뜻이다. 길에서 당신을 만난 이들은 밝게 웃으며 인사할 것이다. "올라 치니따!" 본인도 많이 들었다. 말 따나 머리가 굵어진 뒤로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라는데 동의하지만, 초중고 시절 근대적 민족 정체성 교육의 세례를 충실히 받은(그리고 초딩 때 김jin명 책에 감명받았던 흑역사가 있는) 본인은 타지에서 아리랑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울컥하는 어른이가 되었다. 그런데 치니따라니! 중국이 문제가 아니다. 하뽀네시따(일본인 여성)냐는 말을 들어도 본인은 똑같이 기분이 안 좋았다. 타지 생활 초반에는 그런 인사를 들을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 인사..
- 우쿨렐레로 놀기 #1. 방콕 노래(feat. 격려품) 때는 어언 4년 전. 장소는 온두라스 그라시아스시, 본인의 자취방. 등장인물: 가랑이에 종기가 나고 열이 나 두문불출 중이었던 본인. 며칠 동안 방콕을 하며 얼추 나아갈 때쯤 현재 상태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쿨렐레를 잡았다. 이름하여 방콕 노래. 소재는 격려품. 종기 관련 썰은 아래 두 글에 있다. 2019.02.11 - [테오의 코이카/하루하루, 온두라스] - 잠 못 이루는 밤 잠 못 이루는 밤 새벽 4시 20분 경. 이틀째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온전함이 제일이다. 문당대... 문종찡.... 30센티 등창이라니 끔찍하다. 서혜부에 난 내 종기는 이제 고작 7센티 남짓. 목요일 밤부터 좀 이상한 기미 theoyang.tistory.com 2019.02.13 - [테오의 코이카/하루하루, 온두라스..
- 삐리리 불어봐 #1. 피리를 배우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쯤 대학로의 아리랑스쿨에서 판소리 레슨을 받았다. 진도 아리랑을 한 달 정도 배웠다. 본인의 이상은 자룡 활 쏘는 대목이었지만, 더 배우다가는 목에 이상이 올 것 같았다. 말로 먹고사는 본인에게는 목관리가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지라 아쉽지만 그만두었다. 새해를 맞아 뭔가 음악 관련 새 취미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집에는 중학생 때 (역시) 한 달 정도 하다 관둔 클라리넷이 있었다. 흠. 인터넷에서 클라리넷 곡을 몇 개 찾아서 들어 보았다. 영 안 끌렸다. 사실 방학 때 넷플에서 웬즈데이를 달렸던지라 첼로에 좀 혹해 있는 상태였다. 그래, 이 기회에 우쿨렐레 말고 다른 현악기를 배워 보자, 마음먹고 병태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사실 해금도 클라리넷처럼 집에 악기가 있다 뿐이지 본인이 끌리는 소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