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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관탐방기

도서관은 어쩌다 '도서관'이 되었나

by 테오∞ 2023. 2. 20.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서관을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라 정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도서관을 언제부터, 왜 도서관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한다는 근대 도서관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만 한반도에는 일찍이 도서관의 역할(중 일부)을 해온 기관과 시설들이 있었다. 일부 계층을 위한 고려의 수서원(修書院)·보문각(寶文閣), 조선시대의 집현전(集賢殿)·홍문관(弘文館)·규장각(奎章閣)·사고(四庫) 등이 그 예다. 돈을 받고 대중에게 책을 빌려주던 조선 시대의 세책가도 넓은 의미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일부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조선의 왕실도서관이었던 규장각 (위키피디아 이미지)

  오늘날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도서관의 정의는 서구에서 유래한 근대 도서관 개념에 기반한다. 근대 들어 한반도에 소개되었던 새로운 개념과 그를 뜻하는 단어들이 그러했듯 도서관이라는 명칭 또한 일본에서 유래했다.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1862년 분큐 유럽 파견 사절단의 일원으로 유럽을 방문했던 이치카와 세이류(市川 清流, 1822-1879)다. 그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을 설명하기 위해 영어 단어 museum을 최초로 '박물관(博物館)'으로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물+관의 경우처럼 이치카와는 영단어 library의 번역어로 도서+관을 사용했다. 서구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도서관이라는 일본의 번역어가 한반도로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세워진 최초의 근대적 '도서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된 예는 1906년 최초의 근대적 도서관으로 설립이 추진되었던 ‘한국도서관(韓國圖書館)’의 경우라 할 수 있다. '한국도서관' 설립 문제는 초기 몇몇 유지들에 의하여 공론화되었고, 이 연장선에서 1910년 2월 대한제국 종정부회의는 '대한도서관(大韓圖書館)'을 건립하기로 협의했다. 국립도서관의 성격이 뚜렷해진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한일 강제 합방으로 그동안 10만여 권의 장서를 수집하며 개관 준비를 하던 '대한도서관'은 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 수집되었던 책들은 조선총독부 취조국에 몰수되었다. 해당 도서들은 1923년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설치되면서 전부 이관되었다.

  1945년 해방 후 2개월 뒤인 10월 15일. 조선총독부 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1963년에는 '도서관법'이 제정되며 '국립중앙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꾼 이 도서관은 오늘날 서울시 서초구에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위키피디아 이미지)

  한편 1909년 개관해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된 일본인 상업회의소의 ‘경성문고’는 1911년 장소를 이전하며 '경성도서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서기장 야마구치 세이[山口 精]가 설립한 사립도서관인 경성도서관은 1910년대 한반도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었으나 1919년 경영난으로 폐관했다. 이후 1926년 경성부립도서관 종로분관이 되었다가 1945년 광복 후 '서울시립 종로도서관'이 되었다(현 '서울특별시교육청 종로도서관'). 

  부산의 경우, 1919년 일본 상인 모임인 홍도회 부산지부의 '부산도서구락부'에서 시작된 '부산부립도서관(현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 개관했다. 해방 후 4년 뒤 '부산시립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1982년 4월 '부산직할시립시민도서관'이 되었다. 현재의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다.

  그렇다면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도서관이 모두 몇 곳이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도를 기준으로 전국에 20,207개의 도서관이 있다. 병영도서관과 장애인도서관까지 포함하면 모두 22,111 곳이다. 

2020년 시도별 도서관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본인이 기억하는 인생의 첫 도서관은 서울 노원구에 있던 북부 인표어린이도서관(2004년 폐관)이다. 유치원생이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사실 책을 읽었던 기억은 없고, 로비의 낮은 소파에서 뒹굴며 놀았던 기억만 남아 있다. 어찌 되었든 이후로도 내내 도서관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때의 기억 덕분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자란 90년대는 사서가 책을 찾아 이용자에게 전달해주는 폐가식 서가가 아닌개방식 서가가 도서관에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였다.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줄지어 늘어선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면 아득한 한편 행복했다. 평생 동안 읽어도 다 못 읽을 책들이 거기 있었다. 

  이 카테고리는 도서관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관'을 사랑하는 본인의 국내(가능하면 국외) '관 탐방기'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직접 여러 '-관'을 찾아다녀볼 생각이다. 이외에도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 일종의 취미 생활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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