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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2019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빈소는 연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이었다. 빈소 앞 모니터에 상주며 가족 정보가 표시되는데, 위에서부터 순서가 둘째인 외삼촌, 첫째인 이모의 남편, 막내인 혜진이의 남편인 뇽 순이었다. 멀쩡한 두 딸 대신 사위들을 왜? 당장 관리실에 정정 요청을 넣었다. 세상 나온 순서대로 이모, 외삼촌, 혜진이 순으로. 하지만 영정 사진을 든 이는 할아버지의 첫 손주인 외사촌 언니가 아니라 병태였다. 올 초여름에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시설이 오래 되어 딱히 빈소 앞 모니터라 할만한 것이 없었다. 혜진이는 처음부터 상조회사에 내 몫의 완장을 달라고 요청해 주었다. 본인은 혜진과 뇽의 지지를 받으며 검은 블레이저를 입고 완장을 찼다. 할머니 영정 사진과 뼛가루를.. 2023. 9. 3.
삐리리 불어봐 #2. 피리를 배우러 갔다 2월 두 번째 주 모일 저녁. 첫 피리 수업을 갔다. 공식적으로 본인은 지금 방학 중이지만 2월에 급 잡힌 본가 근처 센터의 수업이 있다. 월수금 12회기짜리다. 끝나는 시간은 대략 5시 반, 난리가 난 교실 뒷정리를 하고 나면 6시쯤. 중고 책방에 가서 수업용 그림책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6시 반이다. 종종 걸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달 받은 주소를 찍고 연습실로 향했다. 성북천을 꽤 왔다 갔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작고 낡았지만 그래서 귀여운 공간. 본인이야 선생님이 대신 해 주었지만 여느 공간처럼 스페이스 클라우드에서 예약할 수 있더라. 먼저 도착해서 구경하면서 기다리니 선생님이 곧 도착했다. 생각보다 젊으셨다. 피리의 구조와 종류(향피리 당피리.. 2023. 2. 25.
우쿨렐레로 놀기 #2. 쏘이 꼬레아나 당신이 동북아시아인이라면 중미에서 당신은 치나, 또는 치노다. 혹 나이가 젊은 축이라면 치니따가 되겠다. 짐작할 수 있듯 중국인이라는 뜻이다. 길에서 당신을 만난 이들은 밝게 웃으며 인사할 것이다. "올라 치니따!" 본인도 많이 들었다. 말 따나 머리가 굵어진 뒤로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라는데 동의하지만, 초중고 시절 근대적 민족 정체성 교육의 세례를 충실히 받은(그리고 초딩 때 김jin명 책에 감명받았던 흑역사가 있는) 본인은 타지에서 아리랑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울컥하는 어른이가 되었다. 그런데 치니따라니! 중국이 문제가 아니다. 하뽀네시따(일본인 여성)냐는 말을 들어도 본인은 똑같이 기분이 안 좋았다. 타지 생활 초반에는 그런 인사를 들을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 인사.. 2023. 2. 25.
우쿨렐레로 놀기 #1. 방콕 노래(feat. 격려품) 때는 어언 4년 전. 장소는 온두라스 그라시아스시, 본인의 자취방. 등장인물: 가랑이에 종기가 나고 열이 나 두문불출 중이었던 본인. 며칠 동안 방콕을 하며 얼추 나아갈 때쯤 현재 상태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쿨렐레를 잡았다. 이름하여 방콕 노래. 소재는 격려품. 종기 관련 썰은 아래 두 글에 있다. 2019.02.11 - [테오의 코이카/하루하루, 온두라스] - 잠 못 이루는 밤 잠 못 이루는 밤 새벽 4시 20분 경. 이틀째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온전함이 제일이다. 문당대... 문종찡.... 30센티 등창이라니 끔찍하다. 서혜부에 난 내 종기는 이제 고작 7센티 남짓. 목요일 밤부터 좀 이상한 기미 theoyang.tistory.com 2019.02.13 - [테오의 코이카/하루하루, 온두라스.. 2023. 2. 25.
삐리리 불어봐 #1. 피리를 배우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쯤 대학로의 아리랑스쿨에서 판소리 레슨을 받았다. 진도 아리랑을 한 달 정도 배웠다. 본인의 이상은 자룡 활 쏘는 대목이었지만, 더 배우다가는 목에 이상이 올 것 같았다. 말로 먹고사는 본인에게는 목관리가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지라 아쉽지만 그만두었다. 새해를 맞아 뭔가 음악 관련 새 취미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집에는 중학생 때 (역시) 한 달 정도 하다 관둔 클라리넷이 있었다. 흠. 인터넷에서 클라리넷 곡을 몇 개 찾아서 들어 보았다. 영 안 끌렸다. 사실 방학 때 넷플에서 웬즈데이를 달렸던지라 첼로에 좀 혹해 있는 상태였다. 그래, 이 기회에 우쿨렐레 말고 다른 현악기를 배워 보자, 마음먹고 병태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사실 해금도 클라리넷처럼 집에 악기가 있다 뿐이지 본인이 끌리는 소리는 .. 2023. 2. 25.
도서관은 어쩌다 '도서관'이 되었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서관을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라 정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도서관을 언제부터, 왜 도서관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한다는 근대 도서관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만 한반도에는 일찍이 도서관의 역할(중 일부)을 해온 기관과 시설들이 있었다. 일부 계층을 위한 고려의 수서원(修書院)·보문각(寶文閣), 조선시대의 집현전(集賢殿)·홍문관(弘文館)·규장각(奎章閣)·사고(四庫) 등이 그 예다. 돈을 받고 대중에게 책을 빌려주던 조선 시대의 세책가도 넓은 의미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일부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오늘날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도서관의 정의는 서구에서 유래한 근대 도서관 개념에 기반한다. 근대 .. 2023.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