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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

우쿨렐레로 놀기 #2. 쏘이 꼬레아나

by 테오∞ 2023. 2. 25.

  당신이 동북아시아인이라면 중미에서 당신은 치나, 또는 치노다. 혹 나이가 젊은 축이라면 치니따가 되겠다. 짐작할 수 있듯 중국인이라는 뜻이다. 길에서 당신을 만난 이들은 밝게 웃으며 인사할 것이다. "올라 치니따!" 본인도 많이 들었다.

  말 따나 머리가 굵어진 뒤로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라는데 동의하지만, 초중고 시절 근대적 민족 정체성 교육의 세례를 충실히 받은(그리고 초딩 때 김jin명 책에 감명받았던 흑역사가 있는)  본인은 타지에서 아리랑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울컥하는 어른이가 되었다. 그런데 치니따라니! 중국이 문제가 아니다. 하뽀네시따(일본인 여성)냐는 말을 들어도 본인은 똑같이 기분이 안 좋았다. 타지 생활 초반에는 그런 인사를 들을 때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 인사하는 이들은 대개 악의가 없다(캣콜링이나 드문 인종차별 제외. 물론 혹자는 타자에게 안녕 아시안! 이라고 인사하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저 이방인에게 친근감을 표현하고 싶어 할 뿐이다. 겪어보니 중미에서 치나/노는 그냥 동북아인을 뜻하는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본인은 그런 인사에 다시 인사해 주고 혹 말이 길어지면 '근데 쏘이 꼬레아나'라고 덧붙이게 되었다.  

  어느 날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본인은 길에서 교복(온두라스에서는 국공사립 모두 교복을 입는다)을 입은 어린이들을 만났다. 눈이 마주치자 아이들은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건넸다. "사요나라!"  일본은 중미에 오래전부터 꾸준히 공적개발원조를 해 왔으니 아마 학교에 머물렀던 자이카 단원이 가르쳐 준 표현이리라 짐작했다.

왔다리 갔다리했던 동네 길

  마주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지나면서 본인은 자존심이 조금 상했던것 같다. 다른 이들이 본인을 몰라줄 때 속이 상하는 것처럼, 본인의 출신국을 몰라 주었다고 속이 상한 것이다. '21세기에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하다니! 굉장히 쿨하지 못 한 양반이구나'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뭐 본인도 그날 본인의 쿨하지 못함과 민족주의 교육의 폐해를 곱씹었다. 그래도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집에 돌아와 요상한 기분은 뒤로하고 일단 기록을 위해 우쿨렐레를 들었다. 중간에 핸드폰이 넘어져 검은 화면만 나오지만 그냥 올려 본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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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 길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나를 보고서 반갑게 인사하네
얼굴 한가득 커다란 미소를 짓고서
이렇게 인사하네
"¡올라 치니따!"

어제는 퇴근길에 꼬마 아이들을 만났지
나를 보며 하는 말, "¡사요나라!" (합장한 채로)

아~ 쏘이 꼬레아나
아~ 쏘이 꼬레아나
아~ 쏘이 꼬레아나
요 쏘이 데 꼬레아
"¿아, 킴종운?"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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