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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

엄마와 네덜란드로 귀로 여행하게 된 건에 대하여

by 테오∞ 2019. 9. 4.

 

테구시갈파에서 파나마시티로 넘어가기 전 데려온 과까마야 친구

 

  대단히 라노벨 같은 제목이다. 여하간 2년 전의 계획은 3주의 국외 휴가를 2018년~2019년 겨울에 한 번에 털어버리는 거였다. 가족 총출동 남미 여행. 니카라과에서 본국 대피 후 온두라스로 재파견되면서 일정이 꼬여버려 아쉽게도 원래 마음에 두었던 일정은 아웃. 본인을 뺀 3인은 모두 여름이나 겨울 방학에나 움직일 수 있는 양반들인데 방학 일정이 모두 제각각이라 차선책이었던 하와이도 아웃. 이렇게 된 거 국외 휴가는 제치기로 했다. 대신 귀로 여행을 가족 구성원들과 가기로 마음먹었다. 본인이 계약 종료되는 시점에서 방학인 사람은 혜진뿐.

  여행 짝꿍을 확보하고 나니 어디를 가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본인은 온두라스에서, 혜진이는 한국에서 출국하는 고로 혜진이가 직항으로 올 수 있는 곳, 거기에 이왕이면 본인의 생존형 에스파뇰을 혜진 앞에서 뽐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혜진이가 낼 수 있는 시간은 1주일. 남미는 이 정도 시간으로는 언감생심이요 과테말라나 멕시코를 가자고 하니 혜진이 내키지 않아 했다. 본인은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도 좋아하니 스페인에서 한 도시에만 박혀 있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건 혜진이 쪽에서 아웃. 끄응. 잘난척하기를 포기하고 국내외 교통편이 잘 되어 있는 곳 중 1주일이면 이럭저럭 만족할 수 있고 둘 다 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둘의 관심사가 겹치는 나라를 꼽아보았다. 하나 나왔다. 빠이세스 델 바호, 네덜란드, 고흐의 고향. 

 

흐린 날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본인과 혜진과 고흐 형제의 상 뿐.

 

  혜진이는 한 때 xy 두 명을 낳으면 고호와 태호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 했다(물론 고흐는 성이지만 상징적으로다가). 그런 엄마가 대학 때부터 사 모은 작은 화첩이나 고흐를 다룬 소설 같은 게 본인이 태어날 때부터 책장 한 구석에 있었던지라, 본인도 요 근래 언젠가 혜진이 생일 전물로 대단히 두꺼운 고흐(판 호흐) 책을 사다 주기도 했던 것이다. 고흐가 서구 회화 작가 중 본인 최애는 아니지만 삼애쯤은 되고. 그랴 그럼 네덜란드로 가자!

  8월 표을 무지하게 일찍 샀다. 일정도 대단히 일찍 짜 두었다. 혜진이랑 같이 떠난다, 혜진이랑 같이 간다!라는 생각에 귀국일이 몹시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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