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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교실

[수업단상] 학생들에게 받는다

by 테오∞ 2020. 11. 5.

  지금 계약 중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한국어 중급반을 가르치고 있다. 학습자 전원이 여성이고 대부분은 결혼이민자다. 물론 고향에서 같은 국적의 남편과 결혼한 뒤 한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한 학생들도 있고, 한국인 남편과 고향 혹은 제3 국에서 만나 사귀다가 국제결혼을 해 이주한 이들도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은 아직 없는데, 하여간 수업 전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대단히 다양하다. 

  코로나 탓으로 6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마주하는 학생은 모두 네 명. 중도부터 수강했지만 열심히 출석하는 학생이 넷, 비교적 최근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셋이다. 학생들은 본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본인은 이제 필리핀 국기가 뒤집혀 있을 때 어떤 뜻인지를, 캄보디아에서는 민물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것을, 빵 데 무에르또는 송편이 그렇듯 보통 죽은 자의 날 언저리에서만 먹는다는 것을, 동대문 말고 아차산역 근처에도 작은 몽골타운이 있다는 것과 거기 있는 몽골 식당의 호쇼르가 먹어볼 만하다는 것을 안다. 먹는 이야기가 많다고? 본인의 흥미 덕이다. 

국기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썰을 풀만하다. ("즐거운 한국어 중급2" 중)

  이야기들도 쌓인다. 작년에 한국에 온 친정 어머니가 코로나 때문에 몇 달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연년생 아들들을 기르는 이야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오케스트라 활동 이야기, 알바 면접을 보러 간다는 이야기, 남편이 기타를 잘 친다는 이야기...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이만한 이야기의 장도 없다. 타자를 치다 문득 드는 생각: 그래. 본인이 받는 것은 이야기, 그리고 앎. 4대 보험도 받을 수 없는 몇 시간 노동에 대한 알량한 월급이 아니라.

  이 생활이 마음에 담뿍 들어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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