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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코이카/하루하루, 온두라스

협력활동이라 쓰고 나들이라 읽는다

by 테오∞ 2019. 6. 27.

  온두라스 복무규정은 개빡빡하다. 이해는 한다. 여기는 온두라스니까. 하지만 설혹 복무 규정이 각 주체들의 편의주의에 절어 널널했을지라도 결국 본인의 삶은 '학교-집-가끔 카페(당분 섭취용)'∞였을 것이다. 본인의 히키코모리스러움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정작 반복되는 일상을 가장 지겨워하는 것도 본인인지라, 가끔 이렇게 공식적으로 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무척 설레는 것이다.

  캄디에 계시던 동기 선생님은 수도에서 편도 9시간 떨어진 임지에서 지내셨다고 한다. 그런분들이 들으면 애걔, 하시겄지만 일단 현재 온두라스에서는 우리 동네가 수도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다. 그 다음이 수도에서 우리 동네 오는 길에 지나치는 인티부카(Intinucá)시와 라 에스페란사(La esperanza)시다. 아동권리신장 캠페인 협력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지난 목~일요일 동안 지내다 왔다.

에스페란사/인티부카 전경, 그라시아스에서는 보기 힘든 알록달록 청과점. 딸기도 복숭아도 자두도 있어!!

  온두라스에서 드물게 한국의 봄~가을 날씨를 자랑하는 이 두 동네는 중심가로 보면 그냥 한 동네로 쳐도 될만치 서로 붙어있는다. 각 시청이 서로 네 블럭 정도 두고 떨어져 있으니 뭐. 거기에 재미있게도 두 도시가 속한 주의 이름은 인티부카인데 주도는 에스페란사란다. 여튼 이 창원시에는 현재 총 다섯분의 선생님들이 살고 계신다(+6월 말 임지 파견될 두 분 더해질 예정). 가히 코리아 타운이라 할만하다. 아니 이번에 가서 주워들은 선생님들의 바지런하고 축복받은 식생활을 듣고 있자면 볼드체로 써야할 것 같다. 코리아 타운, 최소한 코이카 타운. 한국 슈퍼가 뭐야 중국 슈퍼조차 찾기 힘든 지역에서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코이카 단원들이 농부 혹은 요리사 혹은 그 둘의 혼종(로빈슨 크루소, 정확하게는 그 빵 만들어 먹는 대목 같은 삶... 낭만적으로 말하면 타샤 튜더의 삶....)으로 진화하기는 하는데 본인 기준으로는 게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음 여기가 끝판왕이구나, 했음. 감사하게도 선생님들이 타지 사람들을 위해 집을 내어 주셔서 오랜만에 전기장판에서 기절했다x3일

  본 행사는 금, 토요일에 진행되었다. 목요일에 가서는 마무리 작업을 도우며 행사 진행과 관련해 대표 선생님들의 브리핑을 들었다. 자세한 부스 구성 및 진행은 M선생님이 행사후 만든 영상을 통해 보십쇼. 여튼 각 부스는 주제와 연관된 활동을 체험한 뒤 짧은 강의를 들으며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나는 원래 '참여의 권리'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가서 설명을 듣고 보니 굳이 내가 없어도 현지 자봉팀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른 손이 좀 필요해 보이는 쑤쌤의 생존권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옮겨갔다.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었던 듯. 여튼 협활 바막도 선물받고 반나절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으로는 피자를 먹었다 코와붕가! 

미겔 선생님의 고퀄 영상

  여기와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한 자리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들은 정말 웃기다. 그래서 좋다. 급수 펌프를 켜고 끄느라 오지게 바쁜척 하며 왔다갔다 하면서, 와글거리고 꺅꺅거리는 목소리들에 즐거워했다가, 또 고작 십 몇 년 정도의 시간 사이사이에 켜켜이 쌓여있는 그 모오든 격차를 보며, 간혹 고스란히 드러나보이는-눈앞에 들이 밀어지는 궁핍함에 선을 그으며 껄끄러움과 귀찮음을,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마태복음 5장을 46절부터 곱씹으며, 심심할때는 그 성별을 씹어가며, 잘 먹고 잘 마시고 (평소에 비해 상대적으로)많이 걷고 많이 웃었다. 나들이 끝. 

촉감 놀이는 꼭 필요함
모두가 아직 얼굴빛이 쌩쌩하매 이는 첫째 날이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다들 시선이 제각각이로되 이는 둘째 날이니라
예쁘고 맛있고 즐거운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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