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들 알다시피 온두라스로 재파견 되고 나서 본인은 한동안(그리고 사실 여전히) 학생 부족으로 짜증이 나 있었다. 니카에서는 학생이 넘쳐나는 통에 투덜거렸는데. 역시 사람은 간사하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면 온두라스 삶의 좋은 점도 싫은 점도 니카라과와는 모두 반대다. 추움-더움, 냉수-온수, 하숙-자취, 독거-타 단원 등등. 흥미롭군.
하여간 이곳에서는 한류가 아직 큰 유행이 아니며, 한인 커뮤니티가 크지도 않으며, 한인 업체가 많지도 않으며, 동남아처럼 한국어가 취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며 하다못해 니카라과에서는 발에 채이던 태권도장이나 태권도 클럽을 찾기도 어려우며 등등 매번 똑같은 한탄을 쏱아내자면 끝도 없지만 여튼 결론은 그라시아스는 전체 인구 5만여명, 시내에는 고작 2만여명이 사는 쥐씨알만한 도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굳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짜증이 나 있었다. 어차피 한 명을 앉혀놓고 수업을 하나 서른 명을 놓고 수업을 하나 수업 준비에야 똑같은 시간이 드는데, 이왕이면 어깨에 힘 좀 주고 거들먹 거릴 수 있게 교실이 바글바글하면 얼마나 좋을까(예가 한 명인 건 옘병스럽게도 구체적인 수치임) 그래서 본인은 극회 졸업 후 골백년만에 다시 포스터 처돌이가 되어 동네 골목마나 한국어 수업 포스터를 붙이고, 염치 불구하고 같은 동네 선생님들에게도 당신들 기관에 붙여 달라며 한 장씩 떠넘겼다. 컬러 인쇄는 비싸다. 여튼 그러다 국내 교육 당시들었던 니카 선배 단원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공식적으로 사무소 지원을 받으며 협력활동을 하든 안 하든 자신만의 협력활동을 꾸릴 수 있다고. 흠. 가정의 달인 5월이겠다, 마침 윷도 두 세트나 있겠다, 상품으로 털 만한 한국&코이카 기념품도 아직 남아 있겠다, 도와주실 선생님들도(죄송스럽게도 참여여부를 여쭙기 전 이미 본인 안에서는 모두 도움인력 확정이었음) 계시겄다... 좋아 윷놀이 대회를 열자!
선생님들의 큰 도움으로 무사히 종료. 몰러 일단 본인은 재미있었다. 참가자들도 윷 어디서 파냐고 물어보는 거 보면 재미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음. 의외로 인기가 많았던 음식은 닭강정. 생강 껍질 벗길 생각하니 아득해져서 생강 가루와 시나몬 가루와 갈색설탕 왕창으로 만든 야매 수정과는 의외로 여성층에게 호평.
결과적으로 이게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되었느냐? 하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요! 그래도 재미있었어. 돌이켜보면 이제 하루하루가 말년 병장의 심정인 본인에게는 그게 제일 좋은 일이다. 재미가 없다면 만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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