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4/2018
토요일이다. 어, 어제는 책 보면서 하루 종일 집 밖에 안 나갔고, 오늘 오전에는 디아나랑 같이 놀았다. 에텔이 맹장염으로 입원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서 퍽 심심한 것 같았다. 할머니네랑 같이 사는 에텔과 디아나의 오빠(셋 모두 혈연은 아니다만)도 입원하고 아저씨네 친척 한 명도 입원했다고해서 아줌마는 일주일 내내 병원을 왔다갔다 하느라 부쩍 피곤해 보였다. 그럴만도 한게, 병수발도 수발이지만 병원에서 식사가 제공 되지 않아 환자들의 음식도 죄다 해다 날라야했기 때문이다. 그와중에 카티의 오빠이자 아줌마의 조카이자 볼이 통통한 한 살짜리 헤네시의 아빠인 훌리오의 생일이었고, 훌리오 할아버지의 생일도 있었다. 이번주 어느 날인가 내가 수업 끝나고 춤추러 간다고 하니 아줌마가 너를 위한 시간을 갖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해줬다. 그렇게 얘기하는 아줌마는 그런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왠지 미안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여기에서도 얼마쯤 비켜서 있는 사람이다.
여튼 오늘 오후부터 살사 쿠바노 수업이 시작하지만 안 갔다. 내일 아침부터 수업해야하는 입장에서 정줄놓고 춤추기가 좀 찜찜했다. 다시 말해서, 수업 준비가 100% 되지 않아서 탱자탱자 하기에는 죄책감이 들어 그냥 컴퓨터를 켰다. 요새 날씨 핑계로 걸어다니는 날보다 버스 타고 다니는 날이 많은데, 거기에 스트레스를 푼다고 매일 간식까지 먹고있으니 다시 살이 오르고 있다. 귀찮아서 세수도 안하고 잘 때가 있어서 얼굴도 뒤집어진지 오래. 뭐 어때. 케세라세라.
아침에 혜진이랑도 영통했다. 나날의 스트레스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내 성격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나 빤한 얘기라 또 들먹이기 미안했지만 뭐 또 얘기했다. 꿰에엑. "친목 다지기"가 싫다. 꿰에에엑.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가 남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는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을 때 뿐이다. 그리고 그건 꽤 드문 일이다. 그렇지만 거의 세뇌된듯, '예의 바르게' 사회화된 내 안의 어느 부분은 끝없는 스몰 토크를 그냥 무시하지 못하게 한다. 여기든 한국이든 왜 그렇게들 얘기하기를 좋아하는지. 문제는 원하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떨떠름한 모습을 완전히 가리기에 내 사회화 스킬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 그래서 스스럼 없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마나미 상의 모습에 감탄했다(목요일 춤 수업을 같이 들었다). 실행력도 끝내줘서 다른 봉사단원들이랑 다음 주 금요일인가에 저녁 모임을 추진했다.
- 니카라과에 큰 산불이 났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둘 다 중남미-멕시코는 엄밀히 중미는 아니지만-)에서 헬기 지원을 해주었다고 한다. 어떻게 아냐면, 왓츠앱 스터디그룹 학생들 중 한 명이 멕시코 사람이라. 이번에 맡은 학생 중에서는 온두라스와 벨리즈 출신 학생이 있다. 학교 어느 교수님의 남편은 페루아노라고 하고, 작은 반도에서 살았던 나에게 중남미의 거대한 스페인어 공동체는 무척 흥미롭다. 마침 관련 주제를 다룬 이북이 있기에 사서 다운 받았는데 온갖 통계와 숫자 때문에 잘 안 읽힌다.
그나저나 일단 지금 나는 타자를 그만 치고 수업 준비를 마저 해야한다. 야호. 아니면 아예 지금 한숨자고 아예 새벽에 준비 마무리해서 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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