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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에스텔리 -178일 차/니카라과 -234일 차

by 테오∞ 2018. 4. 7.

- 06/04/2018 (금)

부활절 기념으로 만들었음

드디어 책 도착

와글쩍한 수업

  - 세마나 산타 휴가 끝. 껍질이 벗겨지는 어깨를 문질러가며 그날 그날 수업 준비를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오호느흘은 금요일! 쉬는 날!! 마음은 더 자고 싶었지만 늘 그렇듯 5시 반쯤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일어난 김에 오전 내내 방을 정리하고 쓸고 닦고 벽에는 매번 헷갈리는 문법과 단어들을 써서 붙였다. 참, 아까 아침 식사를 하다가 벌새를 보았다! 

  - 모처럼 빨래를 돌렸는데 하늘에는 구름이 꼈다. 사실 점심 먹고 작업할 겸 새 카페를 개척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날이 어둑어둑하니 별로 동하지 않는다. 흠. 그나저나 카페라니 생각났는데, 내일은 선임 선생님들이 소개해준 물티센트로의 셀렉시온 카페가 중앙공원 근처에서 재오픈하는 날이다. 머리도 자를 겸 내일 나가보려고한다.

  예문으로 맨날 해리 포터를 들었더니 이제 다들 내가 해덕인 걸 알고 있음

- 지난 수업 학생인 알레한드라에게 생각치도 못했던 깜짝 선물을 받았다. 고마워요!

- 오후 1반. 세쿤다리아 학생인 A는 다른 사람들이 이름이 뭐예요를 더듬더듬 연습하고 있을 때 "과/와/하고/이랑/그리고"의 차이점을 물어보는 친구다. 어제 자기가 되고 싶은 가상(혹은 실존) 인물에 대해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는데 앙헬 까이도를 어떻게 쓰냐고 물어봐서 처음에 ??? 하다가(잘 쓰지 않는 단어라) 불현듯 헉, 하고 감이 왔다. 앙헬 까이도? 루시퍼 같은? 하니까 그렇다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A에게 '타락천사'를 가르쳐 주었다. 내 사춘기 시절이 생각나서 즐거웠다. 

  - 드디어 손글씨 대회 공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떻게 보면 첫 공식 행사다. 온라인 진행이라 그리 거창하진 않지만. 우리 학생들만이 아니라 파렘 마타갈파의 학생들과도 함께 하게 되었다. 모두가 즐겁게 같이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우난 마나과에 세종학당이 생긴다고 한다! 와!! 다양한 행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니카라과에는 아직 토픽 시험장이 없었는데,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도 해줄 겸 토픽 시험도 조만간 시작 되기를..! 

  - 그간 본 티비영화: 메리다, 주먹왕 랄프,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 나는 낯을 많이(아주, 무척) 가린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알레 쌤이 다음 주에 같이 커피 마시자고 하는데 떨떠름하게 끄덕끄덕. 어제 춤 수업 중에 끝나고 뒷풀이에 같이 가자는 권유에도 떨떠름하게 글쎄...?(결국 어제는 그냥 혼자 집에 왔다) AT 필드 세기를 좀 낮춰보도록 해볼까? 하다가도 금세 귀찮아서 살던 대로 살자! 하는 나지만, 니카라과에 머물날도 벌써 4분의 1이 넘게 지났으니 이제부터라도 좀 다르게 행동해보고 싶다. 나중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 가계부 앱을 비주얼 가계부로 갈아탔다. 아직 6일인데 화산폭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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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치고 점심을 먹고, 빨래를 널고, 마음을 고쳐먹고 집을 나섰다. 먼지에 지쳐서 혹시 방충문 아래에 달만한 샷시 모헤어가 있나 보려고 신사에 갔는데 (예상대로) 없어서, 발수건용으로 쓰려고 후크만 사들고 나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받아쓰기 채점을 하려고 챙겨온 시험지들을 딱 꺼내는 순간, 자이카 단원 마나미 상을 만났다. 에스텔리에서 동양인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머리라도 좀 감고 나갈걸 나의 괴발개발 글씨

  마나미 상은 잘 웃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낯을 가리는 나도 꽤 열의를 가지고 대화에 임할 수 있었다(대단한 성취다 나야. 짝짝).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지금은 에스텔리 사범학교, 에스꾸엘라 노르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병태 생각이 나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8월에 에스텔리에 도착했다고하니 2개월 정도 선배인 셈이다. 자이카는 파견 직후에도 국외 여행을 가는 데 문제가 없는지 지난 연말연시 방학에 멕시코나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 이웃나라를 여행했다고 해서 무척 부러웠다. 그나저나 친구(학생?)들 중 한 명이 지지난 번 내 수업을 들었다고 하는데 누구지?? 여튼 마나과 도밍고 선생님과 밥도 먹은 사이라고해서 신기했다. 에스텔리에는 4명의 자이카 단원과 1명의 대학생이(아마 내가 춤 수업에서 만났던 사람인 것 같은데)있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모두 만나볼 날이 있겠지.

  오늘 처음 갔던 Mocha nana 카페는 만남의 장소로 기억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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