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018
니카라과를 검색하니 네이버에도 몇 안 되는 기사가 뜬다. 총성인지 최루탄 소리인지가 이따금 들리던 어제 밤, 에스텔리 중앙공원에는 군부대가 투입되었다. 에스텔리 시위의 사망자는 4명. 그 중 한 명은 우리 학교 학생이다. 아는 학생은 아니다. 시위대 집결지였던 도밍고 광장에서는 오늘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 꽃과 촛불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실어날라주는 사진과 동영상은 피과 고함과 혼란과 결의로 가득하다. 나는 무력하게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
내가 찍은 사진 아님
거리로 나서는 학생들은 팔뚝에 자신의 이름과 비상시 연락할 번호를 적는다. 그것들이 필요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에스텔리는 그나마 조용한 편이고, 레온, 마사야, 마나과 이런 곳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아래는 부활절 휴가 때 찍었던 우난 레온의 학생회관 사진. 그리고 지금 해당 건물의 모습. 내가 맛없다고 투덜거리는 글을 쌌던 알 카본도 한 바탕 뒤집어졌다.
과장님은 여권과 귀중품을 작은 가방에 챙겨 놓으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정작 마나과가 제일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에 큰 시위가 예정되어있다고 한다. 정부가 인터넷과 전기, 물을 끊을 거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어제는 사무소와 대사관 권고를 핑계로 겁쟁이처럼 한 발자국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그럴 것 같다. 와중에 오늘은 날씨가 참 좋다. 바나나나무 잎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결국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곱씹는다. 뭐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어제 저녁 부통령이 이번 연금 개정은 확정이 아니라 제안이었고 웅앵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늘 정오에 대통령 담화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오늘이 지나면 대충 일의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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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리 시내 도로. 블록을 파내서 엄폐물을 만드는 사람들.
어제 저녁 에스텔리 중앙 광장
주교단이 연금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희생된 학생 중 한 명의 장례미사
대통령 담화. 희생자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폭도들의 폭력은 웅앵웅해서 사람들이 다 빡친 상태. 왜 기름을 붓는지 노이해. 현 상태가 앞으로 얼마간 더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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