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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에스텔라 -113일 차/ 니카라과 -169일 차

by 테오∞ 2018. 2. 1.

-31/01/2018


  바람이 많이 부는 1월의 마지막 날. 원래 일정 대로라면 야간반 수업 중이었을테지만, 급작스럽게 일정이 변경 되어 난데 없는 휴가(?)를 즐기고 있다. 파업으로 학교가 폐쇄되었기 때문. 허허.. 오후에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뻥!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또 어느 청(소)년들이 뻥뻥거리는구나~ 했는데 후교수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시위 한다고 빨리 짐 챙겨서 나오란다. 괜시리 두근거리면서 짐을 싸서 정문으로 나갔더니 이미 잠겼는데, 경비아저씨가 열어 주었다. 후교수 차를 타고 집까지 오면서 대충 설명을 들었다. 국립대라 그런지 연초에 이런 비슷한 시위(교직원 처우 개선 등등)가 연례행사처럼 있다는 듯하다. 올해는 각 캠퍼스 학과장과 학장 선거까지 겹쳐서 좀 길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쩌면 내일, 아니면 다음 주에야 끝날 수도 있다고해서 돌아오자마자 부랴부랴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렸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5시가 넘어서였으니, 공지를 읽지 못한 학생들도 많았을 거다. 까를로스처럼. 알레 쌤의 조카인 까를로스는 다른 대학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는데, 이해력이 무척 좋아서 내가 알게 모르게 편애하게 되는 총각이다. 하여간 까를로스가 전화를 걸어서 "수업 없어?????" 하기에 "응 미안..." 하고 다음에 보자고 인사했다.

  휴가는 휴가인데 해야 할 일은 줄지 않으니 영락없이 재택근무를 할 판이다. 다음 차시 수업들도 준비하고, 페이스북 카드 뉴스 예비분도 뭔일이 생길지 모르니 최소 2주분은 만들어야 하고, 최종평가 문제도 슬슬 출제해야 하고.. 활동 지원물품 결과 보고서도 바로 제출할 수 있게 좀 내용을 채워넣고, 후교수에게 보낼 다음 주 활동 계획서, 사무소에 보낼 2월 활동계획서. 그리고 대망의 1차 반기 보고서..! 벌써 니카라과에서 보낼 시간의 4분의 1이 지나갔다니 싱숭생숭하다. 내 스페인어는(업무야 뭐 만족함)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더 그렇다. 끄아! 어제 사무실에서 잡담을 나눈 학생은 의대생인데 운동까지 꾸준히 하는 친구라 너 대단하다, 했더니 선생님도 시간 관리를 잘 하면 뭐든 할 수 있단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춤(혜진이 기절하겠지만 목요일만 살사고 화요일은 바차타 수업임)말고 뭘 더 늘리기에는 내가 너무 게으르다네 젊은이,,

  도리 선물은 결국 전해주지 못했다. 오후에 빔을 빌리러 후교수네 사무실로 가니 벌써 가버리고 없었다. 아아아아! 카렌 베이비샤워 선물도 샀는데! 금요일에 마나과가서 참석은 못하니까 선물이라도 목요일에 주려고 했는데 파업해서 학교도 못가! 아아아아아아아!! 생각나면 바로바로 실행 합시다. 본인아!!!!!!!! 근데 아기 용품들 너무 귀엽다. 양말이 진짜 보는 순간 끄악 소리가 나게 귀엽다..! 

  그나저나 넷플에서 페어런츠 트랩(최소한의 양심=더빙판)틀어놓고 있는데 어린 린지 로한 너무 귀엽다.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찰떡이야. 인정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빨간 머리가 잘 어울리는 배우들인 듯. 꺅 근데 곱씹어보니 휴가 너무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이다. 내일 물의 형태 개봉하면 바로 보러갈 수 있어! 희희흐히ㅡ히ㅡ히.

  오늘 카톡방에 영사님이 다시 연락을 주셨다. 국립국어원 개발 한국어 교재 보급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활동 물품을 빔과 펜던트와 한국 주제 스페인어 서적에 올인한 덕분에 한국어 교재는 그냥 전에 그랬듯이 내 돈으로 사서 스캔 떠서 보내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마침 좋은 소식이다. 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프로그램은 항공편을 지원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그럭저럭 어떤 가능성의 끄트머리는 학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와중에 연락도 없다가 프로그램 소식을 올리자마자 갑자기 전화해서 자료를 달라고 하는 F(지난 수업 마지막 날 시험 다 끝나고 수업도 끝났을 때 한복만 딸랑 입어보러 왔다는 그 학생)때문에 좀 복장이 터졌다. 다른 학생들은 안 그런데 이 학생만 유난히 이런 일이 많다. 첫날 밥 사 주면서 너무 거리를 좁혔나? 아니, 뻔뻔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오만한 건가? 그냥 고맙다는 말 한 마디면 되는데, 그 말을 바라는 내가 너무 속 좁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왜 나를 이런 마음이 들게 하니. 이건 마치 내 자료를 나도 모르게 쏙 빼가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어떤 말도 없었던 사람을 볼 때 느꼈던 그런 씨발스러운 감정이네요. 그래놓고 존나 피코는 또 오지죠! 하하 이너 피스.... 예쁜 말 고운 말 씁시다. 내 시간과 감정을 더 나은 데 씁시다. 이를테면 춤이라던가. 고양이라던가. 그나저나 춤 수업에서 들은 메 보라차레 중독성 엄청나다. 메헤 보라차레헤~ 메 보라차레~ 뽀르 뚜 꿀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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