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에스뗄리 34일 차

by 테오∞ 2017. 11. 14.

  또 뭔 일인지 밖에서 폭죽(불꽃 말고 폭죽)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든 생각인데, 나는 더운 것도 싫어하고 추운 것도 싫어하는데 에스뗄리는 하루에 더위와 추위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퇴근길에는 자전거 타고 지나갈 때마다 맨날 짖던 개가 달려 들었다. 뭐가 그 친구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무짓도 안 했는데. 순간적으로 개에 물렸다는 동기 선생님이 생각나면서 덜컹 했는데. 내리막길이라서 무사히 멀어졌다. 아니면 개가 생각을 바꾼 걸 수도 있고. 여튼 무서우니까 내일부터는 다른 길로 다녀야겠다.

  오늘은 일찍 일어났지만 계속 쪽잠을 자다가 7시 15분에 허겁지겁 씻지도 않은 얼굴에 썬크림을 바르고 옷을 입고 후무스 남은 걸로 아침을 후다닥 해치우고 출근했다. 학교에서는 계속 타자를 두드렸다.  한국어로 하면 진짜 집중해서 한나절도 안 걸릴 일(솔직히 편집이니까)을 붙들고 있자니 조금 답답했다. 그래도 재밌다. 생각해 볼 부분이 은근히 많다. 예를 들어서 대화 예시문에서 받침 있는 이름과 없는 이름을 적절하게 섞어서 배치 한다던가 등등. 여튼 어느 교재든 상황에 딱 들어 맞는 교재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교재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다양한 국적의 (전업?)학생들로 구성된 수업을 가정하고 만들어져서 곧이 곧대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예를들어 내 방의 구조도를 그리고 설명해봅시다(책상 옆에 침대가 있어요 등등)같은 과제. 책상, 침대, 옷장, 텔레비전 등등 교재에 제시되는 단어의 사물이 모두 갖춰진 방을 가진 학생이 몇이나 될까 샆다. 지하철 노선도를 읽어봅시다 같은 과제는 또 어떤가. 물론 한국 유학이나 취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적합하겠으나 취미 목적인 학생들이 많은 나 같은 경우에는 같은 문법도 어떻게 제시하는 것이 좋을지 거듭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대사관의 순회(?)한국문화 행사가 11월 중에 마따갈파와 치난데가에서 열린다고 한다. 날짜와 장소는 있는데 정확한 시간이나 프로그램이 공지 되지 않아 좀 의아하다. 하여간 마따갈파와 에스뗄리가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에스뗄리에 오지 않아 좀 아쉽다.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학생들(미래의 수강자들)을 북돋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이렇게 된 이상 내년 1~2월 중에 자체 행사라도 해야할 것 같다. 지난번 진행한 문화 수업 같은 1회성 수업을 몇 개 더 기획하던가, 취소된 영화의 날을 다시 기획하던가. 학기 시작 전에는 장소 확보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콩나물을 기르려고 산 플라스틱 대야의 원래 용도가 요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콩도 불리고 보니 검은 팥이었다. 음... 팥나물을 길러보지 뭐. 여튼 오늘 점심 메뉴였던 라자냐는 엄청 맛있었다. 


  뉴스에서 타이완 봉사단 얘기가 나온다. 인터뷰 하는 데 다들 스페인어 완전 잘 한다.크으 부럽다 부러워.


큰 문구점 앞 도로 크레용이 귀엽다

반응형

'테오의 방랑기 > 아디오스, 니카라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스뗄리 35일 차  (1) 2017.11.15
에스뗄리 28~33일 차  (3) 2017.11.13
에스뗼리 24~27일 차  (1) 2017.11.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