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자라도 적어 놓자. 도피일 수도 있다. 시험 공부해야 할 판에 방 치우는 것처럼. 뭐 쨌건. 티비 앞에 앉아서 뉴스를 배경음악 삼아서 타자를 친다.
어제 낮에 해가 엄청 쨍쨍 하길래 오늘은 아예 출근하면서부터 코이카 바막 말고 조끼를 입고 나갔다. 주머니에 자크가 있어 유용하긴하지만 디자인이 참... 그래도 뭐 열심히 입고 다녀야지 별 수 있나. 베네수엘라가 진짜 난리 인가 보다. 여러 채널의 뉴스마다 한 꼭지씩은 꼭 베네수엘라 얘기를 하고 있다. 방금 불현듯 생각나서 은행 잔고를 확인해봤는데, 야금야금 쓴 돈이 생각보다 많다. 문제의 팥나물 화분=요강도 그렇고. 대충 내 소비 습관을 보자니 평소에는 아끼다가 갑자기 핀트가 나가면 좀 이상한데서 돈 쓰는 일이 잦은 것 같다. 팥은 다 썩어서 냄새가 나기에 오늘 아침에 버렸다. 궁금해하던 Y가 아쉬워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오락가락하는 기온? 배수문제? 팥의 문제? 물의 문제? 일단 다음 달께 귀양다리 생활에서 벗어나면 마나과에서 콩나물 콩을 좀 찾아봐야겠다.
생각해보니 초 값도 은근히 드는 것 같다. 저녁에 들어와서 자기 전까지는 매번 켜두니 향초가 한 주도 못 간다. 향초는 지금 내 삶의 사치품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물론 초콜렛이다. 카카오가 나는 나라인데도 마트에서 집어드는 초콜릿은 다 싸지 않은 것들 뿐이다. 내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로 장바구니를 꽉꽉 채워 나오는 마트 앞에는 늘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 더 서민 친화적인 슈퍼라 그런지 빨리 앞에는 없지만, 꼴로리아나 세고비야 앞에는 늘 누군가가 있다. 알량한 죄책감을 느끼면서 방에 돌아와 글로벌 대기업의 초콜렛을 으적으적 먹는다. 슬슬 턱에 트러블이 올라 오는 걸보니 곧 생리가 터질 것 같다.
동기 쌤과 전화를 했는데, 하다하다 오늘은 야외 수업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얘기를 듣다보니 내년 학기 중에 수업 장소를 어떻게 확보해야하나 걱정이다. 아침반, 오후반, 저녁반, 토요반으로 꽉꽉 들어찬 강의실 중에 내 자리는 어디일까. 일단 당장 닥친 수업부터 조금씩 풀어나가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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