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잉여롭게 페이스북을 돌던 중 아래짤을 발견하고 급 뿌뿌사가 먹고 싶어졌다. 카톡을 보내 원정대를 모집했다. 뿌뿌사(Pupusa)는 옆 나라인 엘 살바도르를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온두라스에서도 뿌뿌사를 파는 노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에 가면 종종 생각날 것 같다는 S선생님의 설명대로 이곳에서 한국의 떡볶이 같은 위상을 차지한다고 보면 되겄다.
그라시아스 중앙 공원, 경찰서 맞은 편에는 노점 몇 개가 늘어서 있다. 온두라스에서 현지 교육을 받는 단원들은 어학원에서 직접 뿌뿌사를 만들어 먹어 보기도 한다지만 중고 단원인 본인에게는 해당 없는 얘기. 파견 후 같은 동네 사는 S선생님이 소개해주셔서 처음 먹어봤다. 근접한 다른 노점에서도 뿌뿌사를 팔지만 여기가 제일 맛있다. 주문하고 간이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아줌마가 갓 만들어 뜨거운 뿌뿌사를 담아내준다. 포장도 해준다.
뿌뿌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옥수수(혹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 기름에 지진 짭짤한 호떡? 속에는 보통 돼지 껍질 튀김인 치차론과 물렁한 치즈인 께시요, 약간의 팥 페이스트 등이 들어간다. 이것들이 모두 들어간 것은 믹스따라고 해서 제일 비싸다. 믹스따를 주문하면 한 접시에 두 개를 담아내준다. 잘게 자른 치차론은 물기를 흡수해서 고기 같은 식감을 내고, 따끈해진 께시요는 흐물흐물 쫄깃하게 늘어지며 뜨겁게 지져진 반죽은 살짝 바삭한 감이 살아있다. 전체적으로 기름의 고소한의 맛과 재료들의 짭짤한 맛이 섞여 있어 쉽게 물릴 것 같기도 하지만 곁들여 주는 새콤한 엔꾸르띠도(Encurtido 일종의 피클. 이 가게에서는 당근과 양파만 넣음)를 중간중간 먹어가면 두 접시도 거뜬하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매콤한 할라페뇨 소스를 뿌려 먹어도 좋다.
본인의 취향은 설탕에 듬뿍 절여 달달한 하마이까(히비스커스) 주스와 함께 먹는 믹스따 한 접시. 이렇게 주문하면 모두 합해 단돈 45렘삐라(2000원). 절약하고 싶은 날에도 기름진 것이 먹고 싶은 날에도 뭔가 현지식을 먹고 싶은 날에도 안성 맞춤인 뿌뿌사. 이제 먹을 수 있는 날이 49일 남았다!
덧) 어제 뿌뿌사 회동 후 두 분의 선생님이 배앓이를 하셨다고 한다. 길거리 음식은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본인의 위장은 왜 아무 신호도 없는걸까? 오히려 더 찜찜하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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