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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코이카/하루하루, 온두라스

D-22 택배를 보내고 나는 쓰네, 온두라스에서 한국으로 택배 보내기

by 테오∞ 2019.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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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2019

잘 있거라, 길었던 밤들아. 삘라에서 떠돌던 쌍쿠도들아. 덩달아 들락거리던 쿠카라차들아, 잘 있거라. ~대충 중략~ 가엾은 내 택배 까하들 오피시나 데 꼬레오에 갇혔네,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임기 만료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귀국 준비를 하는 본인이 아직 잘 실감이 안 되지만, 오늘 오후에는 드디어 우체국에 갔다=한국으로 보내는 택배를 부쳤다. 많이 줄인다고 줄였는데 이민가방 한 개와 격려품 상자 한 개 분량의 짐이 나왔다. 주요 항목은 옷과 책과 커피와 기념품. 옷은 거의 다 버리거나 나누고 가려고 했는데 의외로 생활한복이라든가 수영복이라던가 버프 및 토시 등등이 부피가 꽤 되었다. 니카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책+온두에서 산 스페인어 책들도 작은 뭉터기. 선물용 커피와 야금야금 사거나 받으며 모은 온두라스 기념품들까지. *절대 상자를 미리 봉하지 말 것. 어차피 우체국에서 죄다 끄집어 내야한다. 고로 박스테이프를 따로 준비해 가야 함.   

더 줄이고 싶었지만 이게 최선이었음

  큰 도시라면 DHL이나 UPS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내가 사는 그라시아스에는 없는 고로 우체국에 갔다. 일반 우체국에서도 EMS를 이용할 수 있다. 알다시피 그라시아스에는 일반 차량 택시가 없고 모토 택시(동남아에서 툭툭이라 하는 삼륜차)뿐이라 두 번 왔다 갔다 했다. 정확하게는 집> 우체국> 은행> 우체국> 집> 우체국> 은행> 우체국> 집. 짐이 많을 경우 본인처럼 헛짓거리 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aka. 차량)을 구할 수 있으면 꼭 구하십시오.

파라 오피시나 데 코레오, 포르 파보르! 하면 택시 아재가 알아서 데려다 줌
입구 좌측으로 단촐한 창구가 있다

  귀국한 선임 선생님을 아는 이웃 선생님 한 분이 미리 경고했던 대로, 그라시아스 우체국에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L자 모양 저울이 없다. 엄밀하게는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저울이 없다고 해야 맞겠다. 한 구석에 전시 중이긴 하니까. 조만간 예산이 들어오는 대로 고치겠거니 희망할 뿐이다. 여하튼 그럼 어떻게 무게를 재느냐? 과일가게에서 쓰는 그거 뭐냐 지시저울? 그 친구로 잰다. 이 친구가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25리 브라. 부치는 상자나 가방에서 짐을 하나하나 꺼내서 재야 한다. 그런 고로 최대한 번거로움을 줄이려면 *짐은 비닐봉지나 파우치에 큰 덩어리로 나누어 준비해 올 것(비닐이 튼튼한 롤업형 압축 의류 봉지가 매우 유용했음). 큰 도시는 해당사항 없겠지만 일단 그라시아스 단원이라면 당분간은 이렇게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뭐 본인이 시간이 한 세월 있다면야 뭐든 괜찮겠다만. 다른 도시 단원이라면 본인 동네 우체국에서 무게를 어떻게 재는지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짐과 박스 무게를 재면 우체국 아저씨가 아래 요금표에 따라 견적을 내준다. 한국은 기타 남은 세계인 다섯 번째 그룹에 속한다. 위에 하폰이라고 적어둔 데서 자이카 단원들이 많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9.5킬로부터 10킬로까지는 3,360렘피라. 10kg 이상이면 500그램당 140렘피라가 추가된다. 감사하게도 코이카에서는 탁송료를 지원해준다(최대 50kg까지 실비 지원) 현금만 받는 고로 견적을 받고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왔다. 미리 왕창 뽑아가면 편했겠지만, 최대한 달러를 아껴놓고 싶었음.  

EMS 요금표

  길에서 S선생님과 H상을 우연히 만나 비싼 요금에 투덜투덜거리고 은행에 다녀오니 아저씨가 자기 자리를 내준다. 자기가 쓰기 까다로우니까. 그래서 본인이 직접 송장을 썼다. 알파벳으로 써야 하니 미리 영문 주소 및 우편번호를 확인해갈 것. 혹시 몰라 보험으로 보내는 짐 한 구석에 커다랗게 한글로 쓴 주소를 붙여두었다. 다른 남미 국가에서는 택배 보낼 때 여권사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준비해 갔는데 온두라스의 경우 여권 사본이 필요 없었다. 마지막으로 송장 붙이기 전 아저씨가 (내) 박스 테이프로 상자를 둘둘 감아주었는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벙한 발음으로 오 대박 빠르시네요~ 최고~ 엄청나다~해주니 과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빽빽하고 빠르게 포장해준다. XY들은 얼마나 단순한지.

  여하튼 내라는 대로 내고 영수증을 받아 챙긴 다음 이번에는 이민 가방을 데리고 다시 우체국으로 갔다. 아저씨가 걱정했다. "너 이거 그냥 보내면 누가 홀랑 빼간다." 천으로 된 가방의 경우 TSA자물쇠로 지퍼를 잠그거나 가방을 랩핑 하거나 거대한 상자를 구하거나 하면 되겠지만 귀찮았다. 다른 아저씨가 우체국 처마 밑에 박혀있던 남는 상자를 가져다주었다. 으. 바퀴가 알을 깠을 거라고 백 퍼센트 확신했지만 집에 가서 남는 격려품 상자를 챙겨 오는 게 더 귀찮았다. 그 상자에는 다 안 들어갈 것 같았고. 옷을 담은 비닐봉지들이 바퀴 친구들을 이겨 내기를 바라며 짐을 옮겨 담았다. 그리고 견적+은행+송장 쓰기+결제 오트라 베스. 덜렁 남은 코이카 이민가방은 우체국 아저씨가 안 쓸 거면 달라기에 주었다. 어디에 쓸 거야 귀로 여행 갈 때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아디오스. 언제 보내냐고(짐들이 언제 salir 하냐고) 물어보니 그라시아스에서 내일 나가거나 화요일 나간단다. 흠. 그 말인즉슨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나간다는 거겠지, 하고 아저씨들과 악수하고 쭐래 쭐래 엘레나에 가서 치즈 케키로 골칫거리가 하나 사라짐을 축하했다. 집에서 보자 친구들아, 될 수 있으면 온전하게.

 

+ 10월 경 온두라스에서 떠난 다른 선생님(라 에스페란사, 인티부카)의 제보: 격려품 박스에 스테이플러 심이 박혀 있다는 이유로 EMS 처리가 반려되었다고 한다. 나는 철심이 박힌 부분이 테이프로 가려져있어 우체국에서도 아무 말도 없었던 듯. 각지 우체국에서 한번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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