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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현지교육 23~24일 차

by 테오∞ 2017. 9. 9.
  오전에는 니카라과 외교부에 다녀왔다. 아시아/아프리카 담당부서 직원들과 인사하고(감기 걸렸다고 이 더위에-물론 에어콘이 있었지만-얇은 패딩 점퍼를 입고 있던 아저씨가 인상 깊었음) 차관과 사진을 찍었다. 포스가 엄청난 여장부였다. 여전히 내 스페인어가 짧은게 아쉬웠다. 외교부 안에 있는 회의실 등도 구경하고 나와서 마나과 호수(Lago Xolotlán) 앞에 있는 공원에서 아이스커피와 함께 잠깐 휴식을 즐겼다. 어마어마한 호수다. 니카라과를 화산과 호수의 나라라고 한다는데, 화산은 좀 무섭지만 호수는 참 좋다. 햇볕이 무척 따가웠지만 가만히 물을 보고 있으니 선선한 것처럼 느껴졌다. 병태랑 같이 갔던 에이으르디르도 생각나고. 가능하면 호수 옆에서 살고 싶다. 아쉽게도 구글맵으로 확인해보니 에스텔리에는 호수가 없다 그래도 작은 개천 같은 강은 흐른다. 


  점심에는 니카라과에서 가장 크다는 복합쇼핑몰 갈레리아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2일 차에 핸드폰 유심 구입을 위해 갔던 곳이다. 오늘은 문구점에가서 나중에 수료 후 선생님이나 하숙집 사람들에게 쓸 카드를 사는데(질에 비해 비싸다고 느낌) 루벤 다리오 책과 어린왕자를 1달러 정도에 팔길래 얼른 같이 샀다. A쌤 블루투스 스피커 사는 데도 따라가서 옆에서 플스4 타이틀 구경을 하다가 A, Ah쌤과 안에 있는 식당에서 닭을 먹었다(양과 맛에 비해 비싸다고 느낌). 그라나다에서도 내가 밥을 먹은 식당은 하숙집 근처에 있는 La frontera 밖에 없긴 하지만 확실히 수도 물가가 비싸긴 비싼 것 같다.

  밥을 먹고 사무소로 가서 지역별 안전교육을 들었다. 내가 가는 곳이야 특별히 지진이나 화산 소식은 없고 기후도 선선한 편이라 괜찮지만, 역시 밤 늦게 다니거나 지나치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은 피하라는 것이 요지였다. 정말 기본적인 내용들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들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언론사에 갔다. 니카라과 언론의 양대 산맥인 라 프렌사나 엘 누에보 디아리오는 아니고 다른 곳이다. 기수장인 L쌤이 미리 언질을 주긴 했지만 그래도 다 같이 할 줄 알았는데, 정말 나랑 F쌤만 짧은 인터뷰를 했다. 긴장해서 토할 것 같았다. 그나마 과장님이 함께 해주어 다행이었다. 생방송으로 한다는 걸 어찌어찌 녹화방송으로 타협 본 듯, 토요일인가에 방송한다고 한다. 아침마당 같은 작은 세트에 앉아서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알아 들을 수 없는 빠른 에스빠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하. 그래도 끝나고 나니 후련했다. 다른 경험이라 신선했다.

  돌아오는 길에 다들 저녁으로 먹는다고 한인마트에서 컵라면을 고르는데, 별 생각이 없어서 차에 남아있었다. 타지에서 오래 생활한 과장님에게 언어말고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물어보았다. 과장님은 한국과 '다른'일들은 많아도 별로 힘든 일은 없었다면서 다르니까 온 거라고, 한국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 거라면 굳이 이 먼 곳까지 올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곱씹을만한 말이었다. 이 모든 새로운 다름을 온전히 즐거움으로(고통이든 기쁨이든) 받아들이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리고 2년이 그러기에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가지고 가고 싶은 생각이었다.   


  다음날 간 대사관에서도 대사님에게 남겨둘 만한 얘기를 들었다. 일단 먼저 참사관님에게 니카라과의 역사와 사회문화, 경제 전반에 대해 한 강의를 들었다. 다른 내용이야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1972년의 마나과 지진과 내년 발효되는 중미 자유무역협정은 새삼 새로웠다. 수도 마나과는 중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손꼽혔지만 지진으로 약 90%가 무너져내렸다고 한다. 사진으로 본 옛 마나과 시내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지진 이후로 고층건물 건설을 좀 꺼려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복습을 위해(?) 한 세 네장 짜리 시험을 본 다음 대사님에게 짧게 인사드리고 나왔다. 그 때 대사님이 단원 활동에 있어 중요하다고 꼽은 세 가지가 건강, 기관의 역량강화, 개인의 성장. 건강이야 뭐 활동의 기본 조건으로 당연한거고, 파견되는 기관 자체의 역량강화는 말하자면 고기 잡는 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곳에서의 경험이 개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었다. 대사님 왈, 2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고 타성에 젖지말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이것도 좋은 말이었다. 게으른 내가 늘 경계하려고 노력하는 일이기도 하고.


  올해가 주니카라과 대한민국 대사관 10주년이라 이런저런 행사가 열렸다는데, 대사관에서 제작한 행사 티셔츠도 선물로 받아들고 나왔다. 호텔 근처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사무소로 가서 다음 주에 있을 OJT(On the Job Training)관련 교육을 들었다. 일주일 동안 '혼자' 에스텔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기관에서 할 활동을 협의해야 한다. OJT 바로 다음 날 있는 결과 발표회를 위한 자료도 제작해야한다. 아직 내 스페인어는 먹는다 똥 싼다 밥 수준인데 벌써 OJT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는 완전 신규파견이라 기관 관련해서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없고..! 가능하면 OJT기간 동안에 파견 기간 동안 머물 집을 계약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이널ㄴ아라바ㅏ아아자럼재ㅣㄴ어리ㅓ바ㅣㄷㅂ;임나!!!!!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데 정말 그럴까. 각국의 선배 단원들 및 우리 기수 선생님들은 도대체 이 기간을 어떻게 보냈을지(견뎠을지?) 궁금하다. 다행히 한국어 시강하라는 요청은 없어서 안심했다.

  막간을 이용해 과장님과 즐겁게 상담을 하고(현지교육 기간 중 한 번은 꼭 해야 한다고 함. OJT만 뺴면 내 소박한 걱정은 언어와 좁쌀여드름 뿐...!) 저녁은 한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걱정 한 가득인데 그나마 밥이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야호.

  호텔로 돌아와서 씼었다. 다른 쌤들은 호텔 수영장에서 마지막 밤을 불사르고 나는 영 기분이 나지 않아(+락스물..) 방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다.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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