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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현지교육 22일 차

by 테오∞ 2017. 9. 7.
 보통 15분인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여서 4시 30분에 수업이 끝났다. 수업 끝나자마자 차에 실려서 마나과에 도착했다. 다른 선생님들은 한식당으로 출격(?)했다. 나는 딱히 그 돈 주고 한식을 먹기에는 그닥 배가 안 고파 호텔에 남았다. 점심으로 먹다 남은 시리얼로 대충 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와 에어콘이라는 호사를 누리며 룰루랄라 짐정리를 했다.

  오늘 수업에서는 시제를 하나 더 나가고, 산디노에 대한 글을 읽었다. 마나과 일정을 위해 싼 배낭에 지난 주 박물관에서 거금을 주고 산 니카라과 역사책을 챙겨 넣었는데, L선생님한테 괜히 자랑했다가 오후에는 그걸로 수업을 진행했다. 페이퍼로 읽은 산디노의 죽음 이후부터 1979년 혁명까지, 주로 소모사 일가의 독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싹하지만 교훈적인(?) 모쿠아나 전설도 읽었다. 모쿠아나는 니카라과 버전 망태할아버지? 바바야가?로 원래 선주민 추장의 아름다운 딸이었는데 에스파냐 총각과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 당하고 미쳐서 마녀가 되었다고 한다. 이 모쿠아나가 아이들을 몰래 데려가고 대신 금붙이를 남겨 놓는다는 이야기다. 
  오늘 시제 변환 예문 중에 교직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 L선생님과 관련 주제로 길게 대화했다. 사실 대화라기에는 선생님의 발화량이 더 많고 난 그냥 리액션만 하긴 했지만. 니카라과에서는 pre-escuela나 primaria에서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처우가 낮은 편이라고 한다. L 선생님이나 나나 오히려 초등교육이야말로 사회에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는데 동의하니 둘이서 막 흥분해서 얘기했다. L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함께 걷는 거라고 강조했다. 뛰는 게 아니라 걷는거라고 poco a poco(조금씩 조금씩)! 전혀 새로운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것도 아마 비슷할 거라고도 얘기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내일 일정은 외교부, 대사관, 언론사 방문. 다행히 단복은 입지 않지만 코이카 티셔츠를 입고 움직이는, 뭔가 딱딱한 일정이다. 내일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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