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계약 중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한국어 중급반을 가르치고 있다. 학습자 전원이 여성이고 대부분은 결혼이민자다. 물론 고향에서 같은 국적의 남편과 결혼한 뒤 한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한 학생들도 있고, 한국인 남편과 고향 혹은 제3 국에서 만나 사귀다가 국제결혼을 해 이주한 이들도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은 아직 없는데, 하여간 수업 전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대단히 다양하다.
코로나 탓으로 6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마주하는 학생은 모두 네 명. 중도부터 수강했지만 열심히 출석하는 학생이 넷, 비교적 최근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셋이다. 학생들은 본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본인은 이제 필리핀 국기가 뒤집혀 있을 때 어떤 뜻인지를, 캄보디아에서는 민물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것을, 빵 데 무에르또는 송편이 그렇듯 보통 죽은 자의 날 언저리에서만 먹는다는 것을, 동대문 말고 아차산역 근처에도 작은 몽골타운이 있다는 것과 거기 있는 몽골 식당의 호쇼르가 먹어볼 만하다는 것을 안다. 먹는 이야기가 많다고? 본인의 흥미 덕이다.
이야기들도 쌓인다. 작년에 한국에 온 친정 어머니가 코로나 때문에 몇 달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연년생 아들들을 기르는 이야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오케스트라 활동 이야기, 알바 면접을 보러 간다는 이야기, 남편이 기타를 잘 친다는 이야기...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이만한 이야기의 장도 없다. 타자를 치다 문득 드는 생각: 그래. 본인이 받는 것은 이야기, 그리고 앎. 4대 보험도 받을 수 없는 몇 시간 노동에 대한 알량한 월급이 아니라.
이 생활이 마음에 담뿍 들어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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