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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9,10,11일 차

by 테오∞ 2017. 6. 30.

  매일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벌써 목요일 밤이다. 우리 방의 불은 아직까지 켜져 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지만 딸깍거리는 마우스 커서 소리와 다닥거리는 노트북 소리로 방이 가득찼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국별 현지연구 조사 발표 자료며 영어 과제 대본 등을 만드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짤막하게 나마 밀린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 타자를 친다.

  9일과 10일차에는 8일차와 마찬가지로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과가 꽉 차있었다. 9일의 인상 깊은 수업은 우선 교육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본 개발협력이슈였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영어 저녁 수업이 있었다. 정규 수업은 아니고 신청을 받아 원하는 사람들만 듣는 수업으로, 영문 이력서 작성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10일차에는 오전에 정규 영어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3조로 나누어 한국문화역사 탐방시간을 가졌다. 해가 무척 뜨거운 날이었다.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박물관(세계민속악기박물관, 아프리카 미술관) 두 곳 중 한 곳을 가는 일정이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는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이 엄청 열정적으로 전 세계의 민속악기들와 악기라는 도구의 보편성 등을 이야기 해주셔서 무척 즐거웠다. 흔히 서양악기를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으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민속악기의 구분은 몸울림 악기, 줄울림 악기, 막울림 악기, 공기울림 악기 등으로 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전시된 마두금을 보면서 이상하게 해금 뽐뿌가 오기도 했다. 

  반면 청령포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설명이든 걔의 의의든 간에. 짤막한 전망대 계단을 오르면서는 땀을 엄청 흘렸는데, 그러고 헉헉거리고 있자니 다음 주에 있을 극기훈련은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저녁식사는 외식이었다! 바우처를 받아 주천면 내의 협력 음식점 중 가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곳을 골라 들어갔다. 물막국수를 시켰다. 내가 갔던 곳을 다른 많은 선생님들도 선택하셔서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많이 지체되었지만 맛있었다. 비빔막국수를 먹은 선생님은 너무 매웠다고 하긴 했다. 아, 밥을 먹고 돌아와서는 기수 대표 남녀 2인을 뽑고 기수 구호를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9시를 꽉 채워 끝나 모두들 조금씩 지쳐보였다.

  오늘은 오전에는 해외봉사단 청렴실천윤리 수업과 청렴실천결의대회를,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약 4시간에 걸쳐서 올바를 성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다. 오전이나 오후 수업 모두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수업이었는데 두 수업 모두 무척 좋았다. 사실 오전 수업은 약간 자기계발강의 같기도 했는데, 평소에 자기계발서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즐겁고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아침은 운동도 못 가고 아침도 못 먹을 정도로 피곤했는데 이상하게 강사 선생님이 조곤조곤 말하시는데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하여간 전반적으로 봉사에 임할 나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수업이었다. 올바른 성의 이해도 요상한 제목과는 달리 무척 시원시원하고 사이다 같은 강의였다. 이 수업도 강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었다. 

  저녁에는 참치마요와 고로께로 포식했다. 그리고 조금 늦게 스페인어 소모임2의 첫 모임에 갔다. 잠깐 현지연구 자료를 정리하느라 국별룸에서 정신을 팔고 있다가 많이 지각했다. 리더쌤이 열심히 준비해주셨는데 죄송했다. 어찌되었든 중간부터 들어가서 배운 것들만해도 무척 유용할 것 같다. 

  슬렁슬렁 돌아와 보니 숙소가 반짝반짝하고 빨래까지 널려있었다.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 일찌감치 들어오셨다는 룸메 쌤이 모두 정리하셨다고 한다. 무척 감사했다. 아, 또 어언 10년간 여기저기 잘 입고 다니면서 동고동락하던 바지에 구멍이 난 걸 룸메 선생님들이 알려주어서 이제서야 알았다. 하루 종일 그 바지를 입고 돌아다녔는데. 조금 부끄럽다. 한 번 빨래를 하고 난 다음에 꼬매야겠다.

  내일은 드디어 현지어 수업이 시작된다. 또 어느 새 2주차의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첫 외박을 나가는 날이기도 하다. 물론 외박 중에도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과제하느라 시간을 다 쏟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 감사하게도 영월 교육원에서 서울까지 셔틀버스가 운행이 되어 오고 가는 길 걱정을 덜었다. 감사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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