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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7일 차

by 테오∞ 2017. 6. 25.

  룸메 선생님 중 한 분은 더위를 많이 탄다. 저녁이면 늘 선풍기를 틀어 놓는다. 오늘 밤에도 선풍기는 털털 돌아가고 있다. 사실 나도 더위를 많이 탄다(추위도 많이 탄다). 그래서 선생님이 선풍기를 켤 때마다 속으로 좋아한다. 좀 추워하시는 룸메 선생님들도 있어서 티나게 기뻐하지는 못 하지만.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타자를 친다.

+아, 어제 저녁 7시 드로잉 소모임 첫 시간에서는 페이스 페인팅을 했는데 엄청 재밌었다! 짝 얼굴에 번갈아가며 그림을 그렸는데,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어려웠다. 특히 물감 농도 조절과 면을 균일하게 칠하는 게 까다로웠다. 얇은 선 그리기도. 짝꿍 선생님이나 나나 그림 그릴때나 모델(실험체?)이 될 때 숨을 참고 중간 중간 붓에 물감을 다시 묻히는 사이에 숨을 쉬는데 그것도 너무 웃겼다. 숙소에 돌아오자 마자 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니 무척 좋아했다.

  오늘은 좀 늦장을 부리다가 6시 20분에 혼자 숙소를 나섰다. 룸메 선생님을 깨워서 운동을 같이 가려고 했지만 다들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기 미안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면서 보니 단톡방에 따끈따끈한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부지런하신 문샘이 일찌감치 일어나셔서 찍은 사진을 공유해주신 것. 밖으로 나와보니 사진 속의 풍경이 그대로 눈 앞에 있었다. 산 굽이굽이 사이로 구름인지 물안개인지가 잔뜩 끼었는데 보고있자니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본부동 체력단련실에서 덤벨을 좀 깔짝거리다가 매트를 들고 바깥 평상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방에서 늦게 나서서 그런지 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금방 아침 식사가 시작되는 7시 30분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 씻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룸메 선생님 한 분에게 먼저 밥을 먹겠다고 톡을 보내고 밥을 먹었다. 후식으로 초코머핀 반 쪽이 나왔는 데 촉촉하고 부드럽고 하여간 엄청 맛있었다. 한 개 더 쟁여오고 싶었지만 양심상 그만 두었다. 

  방으로 돌아가서 씻고 다시 본부동으로 갔다. 인터넷카페에서 만들어 놓은 문서랑 국별 조사 자료 등을 뽑은 다음 3층 대강의실로 이동했다. 종교 소모임은 10시에 시작했다. 빔프로젝터가 켜지지 않아서 몇 번 교육본부 선생님을 모셔왔는데, 시작할 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냥 다시 악보를 뽑아 돌렸다. 근데 사실 악보로 보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순서를 진행하니까. 아무튼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푼수처럼 또 울었지만.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듣느라 울고 내 얘기하다가 울고 노래하면서 울고 어휴.

  모임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자료실로 올라갔다. 그러고보니 시간만 나면 자료실에 가는 듯하다. 서가에 가려진 자료실 뒤쪽 구석 소파에 앉아있으면 참 편하고 안락한 기분이 들어 좋다. 원래 자료실에서 안전관리교육 이러닝을 들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기타가 치고 싶어져서 기타를 빌리고 비어있는 강의실에 들어가서 기타를 쳤다. 내가 칠 수 있는 코드야 몇 개 안 되긴 하지만. 집에서 치던 아빠 기타는 클래식 기타였는데, 교육원에 있는 기타는 모두 포크 기타여서 다른 소리가 나는 게 재미있었다. 오아시스 노래 좀 뚱땅거리다가 너무 흥분해서 소리가 커진 것 같다. 바깥에 계시던 선생님들 두 분이 무슨 소린가 하고 들어오셔서 잠깐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말 다양한(재밌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모여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꼈다. 

  기타를 정리하고 스페인어 소모임1 수업을 들으러 2층으로 내려갔다. 수업은 오늘도 너무 재밌었다.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계속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서 동기부여를 팍팍해주어서 계속 즐겁게 수업했다. 오늘까지 인사말과 자기소개, 간단한 be동사(ser, estar)와 형용사 몇 개를 배웠다. 아직까지 말이 바로바로 튀어나오지는 않고 약간의 버퍼링이 있다. 툭 치면 탁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까 샤워하면서도 계속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완전 loco한 사람인 줄 알았을 듯하다. 

  스페인어 소모임 후에는 같은 방에서 4시부터 파견국가 연구활동 조사자료 공유를 위한 비공식 국별모임이 있었다.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막간을 이용해 안전관리 이러닝을 모두 수료해버렸다. 모임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니카라과 다큐를 잠깐 보고 찾은 자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로 김샘이 조사한 자료였다. 솔직히 나도 리서치에는 꽤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샘은 어쩜 그렇게 딱 맞는 자료들만 쏙쏙 찾으시는지! 역시 뛰는 사람 위에는 나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모임 후 저녁을 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현지연구활동 피티 레이아웃을 잡아서 오늘 아예 문샘에게 피드백 받을 생각이었는데 노트북을 붙들고 바로 기절했다. 8시 20분 정도에 정신을 차렸다. 룸메 선생님이 같아 운동하러 가자고 해주셔서 아예 저녁에 씻자고 생각하고 따라 나섰다. 참 체력단련실 정수기는 무려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다! 여튼 이런저런 근력운동을 하고, 플랭크도 빼먹지 않고 한 다음 슬렁슬렁 걸어서 돌아왔다. 갈 때는 비가 왔는 데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그쳐 있었다.

  엄마와 긴 통화를 했다. 엄마랑, 병태랑, 아빠랑, 할아버지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내일 엄마와 병태는 아빠랑 내가 지난 번에 같이 본 다큐를 보러간다고 한다. 손수건을 가져가든, 아니면 휴지를 많이 챙겨가라고 말해 줄 걸. 이제야 생각났다. 

  몇 분 뒤면 자정이다. 내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정이 있는 날이다. 외박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 좀 빡빡한 일정인 듯 하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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