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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15일 차

by 테오∞ 2017. 7. 4.

  땀을 쭉 빼고와서 씻었더니 매우 개운하다. 탈춤은 확실히 엄청난 유+무산소 운동인 듯 하다. 우리 방은 전원 다 탈춤반인데, 내일 아침이 아주 기대 된다. 모닝 탈춤을 하자고 얘기했는데 과연 가능할까...?  

  오늘 아침에는 7시를 넘겨서 일어났다. 보통 때 6시에 일어났으니 나름 늦잠을 잔 거다. 눈꼽만 떼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 오전은 영어 시간. 꾸준히 재밌다. 영어 선생님이 하는 이런 저런 교실 활동들을 보면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등등.

  오늘은 내 마지막 영어 발표날이기도 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연습이 최고를 만든다.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확실히 연습이 충분하지 않은 티가 난 것 같다. 그래도 끝내고 나니 후련하다. 5명 정도가 오늘 했고, 나머지는 이틀 뒤 마지막 수업에서 발표를 한다. 차라리 일찌감치 끝내서 좋다. 이제 맘 편히 영어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마지막 개발협력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젠더였다. 사실 기대했던 강의였는데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자꾸 딴 짓을 하게 된 것 같다. 핑계를 대자면 아무래도 바뀐 자리 때문인 것 같다. 랜덤으로 바뀌었는데, 맨 앞 줄에 앉다가 뒤쪽 줄에 앉게 되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당을 보급해주며 깨어있으려고 노력해 봐야겠다. 

  국별모임에서도 발표가 있었다. 파견국가연구조사 발표. 우리 니카라과 7명은 총 세 조로, 각각 문화예술과 농업, 교육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다른 조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풍자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공연예술(마치 우리의 탈춤 같은)이나, 니카라과 수화의 탄생 비화 등등. 내가 직접 보고 만나게 될 니카라과가 기대 된다. 

  아, 긴급 대표회의를 마치고 온 김쌤이 이번 주로 예정 되어 있던 극기훈련(산행)이 회의 결과 취소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장마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 오전에는 자기주도학습시간을 가지고 저녁에 다 같이 모여서 레크레이션을 진행한다고 한다. 7:8의 접전이었다는데 산에 가지 않게 되어 좋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하다. 등산ㅎ고 다음 날 지역 봉사 활동 시간에 피곤하지는 않을까 걱정 했는데 그건 다행이다.  

  저녁을 먹고(수박 매우 달고 맛있음) 대망의 한국전통문화예술수업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대강의실은 강강술래 반이 써서 우리는 식당 한 켠의 집기를 밀어 놓고 거기서 연습했다. 대형을 갖춰 5~6가지 동작을 배우고 음악과 맞춰 보았다. 마지막 몇 번은 지난 시간에 만든 가면을 쓰고 연습했다. 재밌었다. 하지만 힘들었다. 엄청. 

  오금질을 계속 하니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룸메 선생님들과 방에 돌아와서 탈춤 선생님이 왜 말랐는지 알겠다며 탈춤의 전신 운동 효과에 대해 감탄했다. 아무튼 식당에서 덩실덩실하고 있자니 초등학생 때 시민회관에서 벽에 점 찍어 두고 계속 오금질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결국 나는 중학교 때까지 양상을 못 했지. 자반뒤집기도 (아마 병태는 했던 것 같은데) 계속 못 했던 것 같다. ㄱㅊㅈ선생님은 잘 계실까?

  아래는 커튼이 새로 생긴 우리 방이다. 암막 커튼이라 아주 안락하다. 밤에 가끔 늦게 잘 때면 스탠드 불빛 때문에 룸메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젠 얼마든지 켜 놓아도 괜찮으니 좋다. 연두색 수건이 걸려 있는 게 내 침대다. 나름대로 공간을 구분했다. 1층은 수면 공간이고 2층은 창고 및 공부방이다. 씻기 전에는 절대 1층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내 주 생활공간은 주로 2층이다.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소공녀에 나오는 세라가 다락방에 들락날락 하는 것 같다고 룸메 선생님이 웃는다.  

  2층에는 상자로 만든 책꽂이가 있다. 지난 주에 휴가 나온 병태가 엄마랑 같이 보내 준 택배 상자다. 상자를 딱 열면서 빵 터졌었다. 내 와이어 머리띠를 챙겨 보내 주어서. 잔머리를 누르는 데 유용하게 쓰고 있다. 룸메 선생님들이 숙소용이라며 극구 만류해서 숙소 안에서만 쓰고 있지만. 그나저나 책이 은근히 많아서 퇴소식 날이 조금 걱정이다. 아마 이민 가방 같은 지급품과 함께 미리 택배로 부칠 수 있을 것 같간 한데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 


  내일은 아침 먹고 바로 여권을 신청하러 외출한다. 영월 군청이나 원주 시청 둘 중 하나인데 어디로 가는 지 아직 모르겠다. 아! 점심은 또 바우처 외식이다. 돌아와서는 황열 예방 접종도 한다. 이미 맞았던 선생님들이 엄청 아프다고 겁을 줘서 좀 걱정된다. 음, 사실 지금 약간 목이 계속 간질거리는 상태가 계속 되는 중인데, 감기는 아니고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 새내기 때 호흡 곤란을 겪었던 일이 자꾸 생각나서 무섭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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