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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25일 차

by 테오∞ 2017. 7. 14.

  자정이 지났다. M쌤과 나만 스탠드를 켜고 있다. 다른 룸메 선생님들은 조금 전에 다들 커튼을 치고 누웠다. 내일, 아니 자정을 넘겼으니 오늘은 현지어 중간평가가 있는 날이다. 현지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험을 친다고 하니 많이 긴장된다. 에스빠뇰은 읽기 조차 힘든 다른 나라 언어들에 비해 muy fácil하니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어제(목요일)는 1달러데이였다. 1달러데이는 세 끼를 1달러 미만으로 맞추어 먹는 날이다. 우리가 가는 저개발국 가난한 이들의 삶을 좀 더 가깝게 느껴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어제 썼던 것처럼 그렇게 아낀 돈을 다른 곳에 기부한다(참고로 세계 은행은 절대빈곤을 하루 수입 1.9달러로 규정하고 있다). 아침에 룸메 M선생님과 룰루랄라 식당에 딱 들어서는 순간 게시판에 붙은 오늘 식단이 눈에 들어왔다. 조식: 죽, 중식: 라면, 석식: 주먹밥. 대단히 탄수화물 중심적인 식단이었다. 필요 열량을 채우기 위해 가장 저렴하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영양소가 탄수화물일 것이다. 밥은 전부 맛있었지만 단무지나 김치가 아닌 신선한 야채가 무척 그리운 하루였다.

 사실 충실하게1달러데이를 실천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꿍쳐두었던 스콘과 우유, 초콜렛 등을 계속 먹어댔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동기 선생님들도 종일 무척 허기져하면서 틈나는 대로 간식을 먹었다. 섭취 칼로리로만 보면 아마 평상시보다도 더 많이 먹었을 거다. 같은 나라로 가는 M선생님은 행사 취지에 맞게 딱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고작 이 정도 조절도 하지 못하는 내가 좀 부끄럽기도 했다.

  오전에는 "해외봉사단 갈등사례"라는 이름의 강의를 들었다. 특히 초기 현지적응훈련 시 단원들 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어떻게 함께 타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귀국단원인 동기 선생님의 생생한 목격담을 들으며 좀 걱정이 되었다. 짧은 영월 생활에서야 잘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내 성격이 좀 모난 편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같은 경우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수도 마나과의 유숙소가 아니라 그 옆 그라나다에서 현지적응 훈련을 하게 된다. 그러니 홈스테이를 하면서 현지 가정과의 갈등이 있다면 모를까 단원들 간에는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을 것 같다. 음, 그냥 희망사항일 뿐일까?

  오후에는 현지어 수업을 들었다. 내일 중간평가를 위해 저녁 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 공부하고 싶었지만 미리 신청해 놓은 엑셀 수업을 취소하기도 좀 그래서 그냥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그냥 돌아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엑셀을 만져본 적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무척 만족스럽고 유용한 수업이었다.

  자, 이제 노트북을 덮고 공부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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