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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21일 차

by 테오∞ 2017. 7. 10.

  3주차 주말이 끝났다. 저녁을 먹고 7시쯤 돌아왔다. 2층에서 기절했다가 10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이제야 타자를 친다. M선생님과 내 키보드 소리, 제습기 돌아가는 소리가 조용하게 소란하다. 제습기를 켜 놓지 않으면 복도에 널어둔 빨래가 도통 마르지 않는다. 그래도 비가 와서 좋다. 아침마다 달팽이들을 피해 걷는 건 좀 번거롭지만 괜찮다. 해충이라고들 하지만 달팽이가 터지는 걸 보는 것 보다야 낫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크고 작은 달팽이들을 몇 번 밟아 터트린 적이 분명 몇 번은 있을 거다.

  아무튼 교육원에 머무르면서 온갖 산 것들을 보고 있다. 비만 오면 밤에 숙소 흰 외벽에 개구리 두어 마리가 붙어 있는데, 왜 거기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현관 바깥 기둥에 훌라후프만한 집을 지어 놓은 왕거미는 몸통만 엄지손가락 만하다. 달팽이 얘기야 했고, 지난 번 고라니 목격 사건 얘기도 했으니 음... 아, 관리사무소에 살던 월프(가까이 가면 항상 짖는 애) 새끼가 분양 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짖어댔나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저녁으로 나온 생선튀김은 먹었다. 죄책감이 든다. 영 찜찜하다. 여기까지 치고 갑자기 뽐뿌가 와서 대두단백을 검색했는데, 콩단백을 '배달'시켜 먹는 게 무슨 소용 있을까 싶기도 하다. 역시 마음 편하게 살려면 자급자족 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 흠. 여하간 아침을 먹고 나서 숙소로 바로 돌아와 머리만 감고 다시 나갔다. 종교 소모임에 참석하고 점심을 먹었다. 종교 소모임 시간에는 짝기도를 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다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게 해주셔서 참 좋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니카라과 방으로 올라갔다. 오늘 참여한 스페인어 소모임들이 니카라과 방에서 열려서 오늘은 거의 니카라과 방에만 있었다. 1시에는 S선생님의 스페인어 동요 소모임, 2시에는 D선생님의 스페인어 소모임이 있었다. 다들 본인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오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늘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일기 쓰기도 허덕이는 나로서는 참 닮고 싶은 모습이다.

  소모임이 끝나고도 계속 국별방에서 에스빠뇰 라티노로 된 디즈니 노래와 El Cuarteto de Nos의 노래를 주구장창 들었다. 기억에 남는 단어는 mi corazón vacío와 mundo cruel? 왜 이런 것만 마음에 꽂힐까. 속이 허 한가? 사실 밀린 일기도 쓰고 화요일에 있을 규정평가도 준비하고 인문학독서토론회 책도 미리 조금씩 읽고 현지어 수업 복습도 해야 했지만 그냥 머리를 비우고 노래만 들었다. 으으. 4주차에 접어드니 단디 정신차리자.

  내일(오늘?)은 오전에는 봉사활동 실무, 오후에는 선임 단원 초청 강의가 있고 저녁에는 대망의 한국전통문화예술 마지막 수업과 발표회가 있다. 다른 팀들은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서야 멀쩡하게 걸어다니고 앉고 일어났는데 내일부터 다시 허벅지가 찢어지겠구나 싶어 조금 걱정된다. 그래도 아니모(=animo, 힘 내. 왜 난 자꾸 입 밖으로 아니모가 아니라 아노미가 튀어나올까) 해야지 뭐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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