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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19일 차

by 테오∞ 2017. 7. 8.

  극기훈련 대체 레크레이션이 일찌감치 끝나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지 않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레크레이션을 마무리하며 특식으로 치킨과 피자를 먹어서인지 든든하다. 느적거리느라 포스트 쓰기를 계속 미루다가 불 꺼진 숙소 내 방(=커튼 친 침대)에 앉아서 타자를 치는 중이다. 오늘(자정이 지났으니 엄밀하게는 어제겠으나 편의상)은 아침에도 느적거렸다. 눈 뜨기야 6시에 떴지만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잠자리에서 끔벅끔벅하며 뒹굴거렸다. 그러느라 입소 후 처음으로 아침을 먹지 않았다. 역시나 아침을 거른 다른 룸메 선생님들과 슬렁슬렁 본부동으로 갔다.

  오전 수업을 듣기 전에 혜진이가 보내 준 생강차를 마셨다. 기분 탓인지 목이 좀 괜찮아 진 것 같았다. 생강맛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약이다 생각하고 그냥 꾸준히 마시기로 했다. 문제는 대추 건더기가 자꾸 텀블러 주둥이에 껴서 꼭 설거지를 해 주어야 한다는 거다. 음, 다시 생각해보니 문제는 아니다. 덕분에 지급 받은 다음 한 번도 씻지 않았던 컵을 씻을 수 있으니까. 다만 조금 귀찮을 뿐이다.  

  오전 수업은 해외청렴실천윤리 규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코이카 파견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하며 지켜야할 여러가지 규정들에 대해 배웠다. 유익한 수업이었다. 다들 궁금한 것이 많았는지 여기 저기서 질문도 많았다. 그래서 조금 늦게 끝났다. 다음 주 화요일는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규정평가가 있다. 최종 성적평가에 들어가는 테스트라서 조금 신경쓰인다. 규정집을 들고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점심 식사 중에 직원 선생님 한 분이 식당 한 켠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간 고생해주신 조리사님(식당 노트에 늘 댓글(?)을 달아주시던 분으로 추정)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 함께 박수 치고 축하했다. 함께 축하해 주는 모습이 참 좋았다. 종이컵에 든 핫케이크스러운 빵도 맛있었다.

  골든벨을 치고 식당을 나왔다. 이를 닦으러 올라가는 중에 대표 선생님이 내려오기에 지금부터 보물찾기를 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레크레이션 몸풀기로 보물 쪽지를 본부동 구석 구석에 숨겨 놓았으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으라는 공지가 아침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물 찾기를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에 비해 보물찾기를 별로 많이 해 본 적이 없어서 더 좋아하는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이곳 저곳 열심히 뒤져 보았지만 꽝 쪽지조차 찾지 못했다. 막간을 이용해 자료실에서 인문학독서토론회에서 신청한 책을 받았다. 책을 받으며 K선생님에게 병원에 잘 다녀오셨냐고 물었는데 아주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그냥 얼버무렸다.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한 시 반 쯤 레크레이션을 시작했다. 솔직히 나 같은 INTP에게는 조금 고역이었다. 그래도 각 국별 대표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해주어서 많이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ox 역사 문제 함정이 엄청나서 깜짝 놀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사 공부 했다고 잘난 척 하지 말 걸 싶었다. 그래도 일찌감치 탈락해서 다른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 같은 조 선생님들이 다들 열심히 해서 막판에 큰 점수를 얻었다. 역전승은 아니었지만 만족한다. 오랜만에 먹는 피자도 맛있었다. 

  택배 박스 여러 개가 동시에 도착했다. 혜진이 급하게 보내 준 속옷도 무사히 왔다. 같은 방 선생님이 긴급구호품ㅋㅋㅋ이라고 표현해서 빵 터졌다. 하여간 주문 했던 것 중에는 내일 쓸 물건들도 있었는데 늦지 않게 도착해 다행이다. 짐을 이고 지고 숙소에 돌아오자 마자 같은 방 선생님이 영상을 보내주었다. 손을 쓰지 않고 바지를 입으려고 낑낑거리는 내 모습을 가족카톡방에 다시 올리니 모두(특히 혜진이가) 즐거워해서 나도 뭐 즐거웠다.

  고칼로리음식을 먹었다는 죄책감에 룸메 선생님과 저녁운동을 하기로 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긴 했지만 괜찮을 것 같았다. 둘이 열심히 파워워킹을 하는 데 뭔가 커다란 게 앞을 쓱 지나갔다. 고라니였다! 말로만 듣던 교육원의 동물의 세계를 직접 목격하고 둘 다 흥분했다. 멧돼지도 보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며 본부동 쪽으로 접어 드는 데 비가 점점 거세졌다. 진로를 바꿔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기로 했다. 러닝머신 위를 걸으며 TV에서 하는 인셉션을 봤다. 아쉽게도 마지막 장면까지는 다 보지 못했다. 

  땀에 흠뻑 젖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씻으니 무척 개운하다. 내일은 즐거운 주말이다. 기타/우쿨렐레 소모임, 스페인어 소모임1, 지역사회봉사(본부동 뒤 요양원), 드로잉 소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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