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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국내교육 18일 차

by 테오∞ 2017. 7. 6.

  빛이 있으라! 문명세계로 돌아와서 타자를 친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방금 전(9시 15분?)까지 전기와 물이 끊겼다가 이제서야 들어왔다. 첫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들었던 단전/단수의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 발을 씻으려는데 왠지 물줄기가 시원치 않았다. 뭐지? 싶은 찰나에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전등이 다 꺼졌다. 세탁기도, 와이파이 공유기도, 냉장고도 모두 꺼졌다. 밖은 아직 밝았지만 창이 작은 우리 방은 완전히 어두컴컴했다. 아무리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아직 양치를 하지 않은 우리 방 사람들은 몹시 당황했다. 다행히 정수기 물이 나왔다. 정수기 물도 언제 끊길지 몰라 모두 정수기 물을 컵에 받아 캄캄한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한 숨 돌렸다.


  카톡이 계속 울렸다. 여러 카톡방에서 정보가 속속 올라왔다. 아직 본부동은 괜찮다, 9시면 끝난다더라, 스탠드를 켜면 좀 났다 등등... 그 말을 듣고 바로 스탠드를 꺼냈다. 충전식 스탠드라서 다행이었다. 문제는 옷이었다. 내일 산행 대신 예정 된 전체 모임 시간에 다 함께 맞춰 입기로 한 단체 바지와 티셔츠ㄴ를 비롯해서 잠옷을 빼놓고 옷들이 죄다 세탁기 속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어떡해야 하나 걱정하다가 9시에 단전/단수가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안심했다. 하여간, 원래는 오늘 책을 좀 읽으려고 했는데 스탠드만 켜 놓고 있자니 영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병태 우쿨렐레를 들고나가 깔짝거리다가 9시 쯤 다시 들어왔다. 

  오늘은 여러모로 스펙타클한 날이었다. 단전/단수도 그렇고, 점심 먹은 뒤 국별모임 시간에는 드디어 출국 날짜와 파견지를 전해 들었다. 우리 기수에서는 바로 출발하는 나라는 발단식 후 4일 뒤에, 늦게 출발하는 나라는 9월 초에 떠난다. 니카라과 출국일은 국내교육 수료 후 2주 정도 뒤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기간인 것 같다. 임지는 에스텔리로 결정났다. 한국어교육은 국립우난대학교 마따갈파 캠과 에스텔리 캠 두 곳의 수요가 있었는데, 내가 에스텔리로, C선생님이 마따갈파로 가게 된 것이다. 두 곳 모두 수도 마나과와의 거리나 생활환경이 엇비슷하고 기관의 요구사항도 비슷했지만 먼저 마음에 두고 있었던 곳은 마따갈파였다. 마따갈파에는 이번 기수에 한국어교육을 포함해 총 세 분야의 단원들이 파견되기 때문에 최소한 외롭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에스텔리도 좋은 곳이다. 해발 800m 정도에 있는 도시라 시원하다고 한다(가끔은 춥다고 함. 침낭을 괜히 얇은 걸로 미리 샀나 싶다). 다만 매일 일정 시간에 3시간 정도 단수가 된다고 한다. 오늘 단수 사태를 함께 겪은 룸메 선생님 말대로 '다라이'를 사서 비살시를 대비할 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미리미리 조금씩 에스텔리에 정을 붙이고 싶다.

  기관의 요구 사항을 보니 내게 회화 중심의 초급반 수업, 한국 문화 수업, 한국 문화 행사 등의 기획, 교류 기회 확대 등을 기대하는 듯했다. 문화 수업의 비중이 더 높았다. 한국어 교수 자체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었지만 진짜 국내교육 중에 다른 동기 선생님들이랑 케이팝 소모임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다. 아무튼 이제 슬슬 짐을 챙기기(사기?) 시작해야 겠다.

  아, 오늘 아침과 점심에 소시지가 나와 매우 즐거웠다. 한국 바로 알리기 수업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 일정이 많지 않았는데도 피곤한 건 그것 때문일까? 게다가 밤이 되니 기침이 더 난다. 룸메 선생님들에게 미안하다. 오늘 밤은 무사히 지나가길. 아무튼 중간중간 수다도 떨고 책도 보고 스페인어 노래도 듣고 하다보니 벌써 11시 40분이다. 빨리 씻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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