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이 일찍 끝났다. 오후 일과 시간에 독감과 장티푸스 예방 접종을 했는데, 그 덕분(?)일지 모르겠다. 여튼 여유로운 저녁이다. 바깥은 선선하다. 그래서인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탁구(본부동에서)나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아침에 운동했으니까, 라는 핑계로 슬렁슬렁 숙소로 올라왔다. 사실 아침 운동이라기에는 그냥 산보였지만.
이틀 밖에 되지 않았는데 며칠은 영월에 있었던 것 같다. 어제~오늘은 잠을 잘 잔 것도, 설친 것도 같다. 11시 소등 후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멀뚱하게 있었다. 핸드폰으로 웹서핑을 하고 싶은 마음이 물씬 들었지만 애써 누르고 눈을 붙였다. 요새 매일 새벽 4시쯤 자서 더 잠이 안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6시 쯤에 모닝콜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20분 정도까지 선잠이 든 채로 이불 속에 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큰 마음먹고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숙소를 나섰다. 밖은 밝았다.
산 근처라 그런지 강원도라 그런지 맨살에 닿는 새벽 공기가 퍽 쌀쌀했다. 다시 들어가서 긴 팔로 갈아입을까하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나 가볍게 뛰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한 30분 정도 야외 운동기구를 이것저것 건드려 보았다. 땀이 날 정도로는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그래서 오늘 세끼를 좀 덜 먹었다).
다시 슬렁슬렁 숙소로 돌아와 씻고 같은 방 동기 선생님들과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도 맛있었다. 오전일과 시작 전 잠깐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관리동 옆 개집(?? 개우리??)에서 댕댕이와 그 새끼를 보았다. 사실 오늘 점심 먹고도 가고 저녁 먹고도 갔다. 강아지가 완전 인절미 같아서 엄청 귀여웠다. 낑낑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그냥 달랑 들어서 납치해오고 싶었다. 가까이 갈 때마다 어미개가 엄청 짖었는데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을 경계하려는 거 겠지.
아침 식사와 산책(멍멍이 관찰?)후 오전 일과 시작전에 자료실도 둘러보았다. 대출은 봉사조가 꾸려지는 목요일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각 국가들과 현지 언어 관련 책들이 생각보다는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음, 그 중 학교에서 빌렸던 책들 중 혜진에게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한 두툼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가 있었다. 괜히 그 책을 보내달라 싶었나 했는데 상하 권 중 하권 밖에 없었다. 오늘 저녁에 받은 택배를 열어 보니 상권만 들어있었다. 캬아.
하여간 오늘 오전 일과는 "국별모임", 2년 간의 봉사활동이 어떻게 진행 되는지 쭉 훑어보는 "봉사활동 미리보기" 순으로 진행되었다. 국별모임은 어제 저녁인가에 함께 식사를 하며 얼굴을 익힌 일곱 명의 니카라과 동기 선생님들과 정식으로 처음 모이는 자리였다. 에콰도르(?아마)에 파견되었던 선임단원이기도 하신 교육원 선생님이 진행을 맡아주셨다. 다시 한 번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파견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듣고, 선임 단원들이 쓴 니카라과 안내서를 받았다(코이카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pdf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자료. 근데 하드카피로 보니까 느낌이 또 다름). 봉사활동 미리보기도 파견 단원이었던 선생님이 진행해주셨는데, 무척 좋았다. 전반적인 활동 사항, 파견 기간 별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등에 대해 짧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돈가스와 파스타로 푸짐한 점심을 먹고 같은 방 선생님에게 아이스크림을 감사히 얻어 먹은 후(700원은 카드결제가 안 된다고 해서 부득이하게ㅠㅠ) 오후 일과를 진행했다. "학습진단평가와 교육과정 일정 안내", "출국서류 안내/제출", "예방접종1". 뒤로 갈수록 버티기가 조금 힘들었다. 행복한 불평이겠지.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 되는 목요일부터는 아마 오늘 같은 나른한 일상이 그리울지도 모른다(내일까지는 수업보다도 전체 안내 사항을 다루는 시간이 많음).
맛있는 저녁을 먹고 혜진이 어제 바로 부쳐 준 택배까지 받아서 숙소로 돌아왔다. 책만 부탁했는데 초콜릿까지 넣어주어서 무척 기뻤다. 저녁 식사중인 혜진이랑 통화도 했다. 블로그 너무 자세하게 쓰는 게 아니냐고 대강하라고 하는데, 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대강대강 하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 받은 책자며 클리어 파일 등등을 정리하고 동기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타자를 치다보니 벌써 9시다. 점호까지 1시간 정도 남았다(참, 점호는 인터폰으로 진행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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