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교육 41일 차, OJT 결과보고
슬슬 생명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나과에 진입한 것이다. 나는 별로 안녕하지 못했는데, 선물로 받은 커피를 생각 없이 들이켜서 방광이 덜덜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우 사무소 건물에 도착해서 D와 함께 낑낑대면서 소화기며 기타 등등을 옮기고 과장님에게 J교수 대신 온 D를 소개시켜 준 뒤에야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한결 편한 얼굴로 손을 씻고 나와 10월에 보자고 D와 인사하고(그놈의 10월에 보자... 11월의 비가 아니라 10월의 비를 작곡해야할 판) 회의실에 들어갔다.
사회복지, 유아교육, 한국어교육 분야의 선임단원 선생님들이 각각 생활과 활동에 대해 사례 발표를 해주었다. 앞의 두 분은 이제 곧 파견일이 종료되는 분들이었다. 대단해 보였다.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두 분다 관계맺기를 중요하게 여기며 활동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제일 약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여튼 부러챙겨와주신 플라스틱 젓가락도 감사히 챙겼다. 새로운 한식당(마실?)에서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동기쌤 및 과장님들과 OJT 결과보고회를 가졌다. 다들 이런저런 악조건과 고충 속에서 열심히 일주일을 '버텨'내었다는 것이 물씬 느껴졌다. 같은 한국어 분야인 J쌤은 완전 기깔나게 준비를 해와서 다들 감탄했다(나는 사실 좀 쫄았다).
그라나다에 도착해서 내 노란방에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국대 L쌤의 생일 축하모임을 하기 위해 라 프론테라에 모이기로 했지만 오늘은 월요일이라 문을 닫은 날이었다. 메르세데스 성당 근처의 카페 가요삔또로 장소를 바꿔 모였다. 생일이라고 하니 가게에서 커다란 코코넛을 L쌤에게 선물해주었다. 내가 챙겨간 건 선임 단원 선생님들이 준 짜파게티와 부대찌개라면. L쌤은 라면을 좋아해 한국에서 라면 포트까지 챙겨올 정도니 선물로 괜찮을 것 같았다. 감튀와 바나나주스를 먹고 마시고(다른 쌤들은 맥주) 헤어졌다. 안 그래도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L쌤네 하숙집에 푸들 한 마리가 더 왔다고 해서 구경하러 또 L쌤네로 갔다. 하숙집 아줌마도 일어나서 멍멍이를 두고 얘기하다가 느지막하게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