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교육 38일 차, OJT 5일 차
9월 23일 금요일 5일차
사무실 선생님들이랑 10월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나눴다. 누군가가 데세랄을 들고와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왓츠앱으로 보내준다더니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어제까지 학교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던 K는 안경도 빼고 예쁜 블라우스를 차려입었다. 오늘이 졸업식기기 때문이다. K의 동생도 오늘 졸업한단다. 졸업식 전에 짧게 앞으로의 플랜을 확인하고 K, J교수와 함께 졸업식에 갔다.
졸업생들이 강당 밖에 줄지어 서 있었다. 니카라과 대학에는 낙제 시스템이 있어서, 학기말 시험에서 낙제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한다. 이들은 무사히(?) 전 과정을 끝낸 이들인 것이다.
졸업식장은 생화로 근사하게 꾸며져 있었다. 본식 시작하기 전 뻘쭘한 네트워킹의 시간.. 교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나과 본캠에서 왔다는 노신사(J교수가 독또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교수인가 싶기도 하고)와도 명함을 교환했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졸업식을 지켜 보았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우수 학생들이 국기, 교기, 시기(?)를 들고 입장했다. 모두 여학생이라 K에게 똑똑한 애들은 다 여자들이지. 하니 웃는다. 181명의 졸업생들이 한 명 한 명 파트너와 함께 걸어서 입장하느라 입장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파트너는 가족들 중 한 명. 꽃아치 앞에서 또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고... 내빈 소개와 국가 제창 등은 한국과 비슷했다. 단체티셔츠를 입은 교내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는 데 엄청 열심히 지휘하는 사람이 인상깊었다. K에게 저 사람도 학생이냐고 물어보니 교수라고.
데까노가 연설 중에 갑자기 이제 꼬레아노 선생이 있고~하니 K가 일어서라고 툭툭친다. 잔뜩 얼어서 일어서서 사방에 꾸벅꾸벅 인사하고 다시 앉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단복을 챙겨오는 건데, 눈썹이라도 그리고 오는 건데, 하고 후회했지만 뭐 이미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뻔뻔하게 앉아서 즐기기로 했다. 식 중간 합창단의 공연에 합창단원이자 졸업생인 학생들도 함께 했다. J교수는 한국 졸업식과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서 뭐 비슷하다고 했다. 181명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주는 것만 빼면... 솔직히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각자에게 의미있는 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했다.
학교 벽화 중 하나
식이 끝나고 사진 찍는 자리에서는 빠지고 먼저 학교를 나섰다. 오후에 경찰서 방문 일정이 잡혀 있어서 K이 한시 삼십분까지 집으로 오기로 했다. 동생 졸업식인데 괜찮냐고 하니 토요일에 가족 모임을 하니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뭔가 미안했다. 정작 코웤인 J교수는 바빠서 마나과로 내려가는 다음주 월요일에도 자기 조교를 보낸다고 주말 잘 보내라고 인사했다. 하여간 졸업식 인파가 빠지기 시작하면 더 정신 없을 것 같아 부리나케 짐을 챙겼다. 그리고 드디어 걸어서 집에 오는데 성공했다.
점심으로 아로스 발렌시아나(발렌시아식 볶음밥)을 먹고 잠깐 쉬다가 K와 함께 경찰서로 갔다. 스몰토크중 알게 된 사실은 K가 지금 임신 3개월이라는 것! 다음 학기에 수업 하냐고 물었더니 한단다. 워... 축하 한다고 말하고 경찰서 앞에 주차했다. 뭔가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는지 정문 앞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또 들어가서 헤메고 한참을 또 기다렸다. 서장 아저씨가 직접 안전 브리핑을 해주셨다. 구글 번역기를 돌린 한국어 문장을 보고(형제의 협조 뭐 이런) 해맑게 맞는 말이냐고 물기에 그냥 웃었다. K가 이번 주에 본 내 서류가 이런 느낌이었겠군 싶었다. 그래도 나 한 사람을 위해 신경 써 준게 무척 감사했다. 끝나고 서장 아저씨와 번호를 교환했는데 내 사진을 찍어서 바로 연락처에 저장하는 걸 보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거의 활용한 적 없는 기능인데,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많나게 될 환경에서는 유용할 것 같다. 서장님은 또 한국의 분단 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생각해보면 이제껏 만난 니카라과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묻는 질문은 어느정도 유형화 되어 있는데,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내용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는 K에게 꽃집 앞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L쌤이 꽃은 주로 장례식 선물(?어감이 이상하다)이나 로맨틱한 관계에서 주고 받는다고 얘기했던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K에게는 10월에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다(나중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서 이 일주일에 대한 내 고마움을 표현했다. 기념품을 좀 넉넉히 챙겨올 걸 싶다가도, 나중에 베이비샤워나 출산쯤해서 선물하는게 오히려 나을 거라고 생각을 바꿨다) 꽃집 할머니가 조화로 할 건지 생화로 할 건지 물어봐서 생화를 한 아름 안고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