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2017. 8. 18. 11:43
16.08.2017~17.08.2017

  현지 핸드폰을 개통했다. 물론 유심만 갈아끼운 거긴 하지만. 하여간 지금 폰으로 타자를 치고 있다. 변압기(승압기?)를 살 때까지 노트북은 그냥 보관할 생각이다.
  7명이 복작복작 핸드폰 개통을 하느라 오후를 보내고, 반쯤 기절한 채로 그라나다로 실려왔다. 내일부터 다니게 될 어학원을 잠깐 둘러보고 두 달간 머무르게 될 하숙집(홈스테이라는 단어가 입에 잘 안 붙는다)에 짐을 풀었다. 어학원 근처로, Y 쌤과 같은 집이다. 내가 아래층 방을 쓴다.

  저녁이라 그런지 우기라 구름이 껴서 그런지, 아니면 천장에서 돌아가는 팬 때문인지는 몰라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선선한 날씨다. 내일 오전 레벨 테스트를 마치고 함께 그라나다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그때도 날씨가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
  니카라과도 돈만 있으면 사는 데는 별 애로사항이 없는 곳인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 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풍족하게 쓸 만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다. 에어콘이 빵빵 나오는 차 안에서 밖을 흘깃흘깃 보면서 빈부격차에 대해서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아, 떠나는 날 공항에는 온 가족이 배웅을 나와주었다. 개학 날인데도 새벽부터 운전해준 뇽, 잔뜩 긴장한 나를 대신해 계속 빠진 물건은 없는지 확인해준 혜진, 나를 위해 포상휴가를 쓰고 나온 병태까지. 일찌감치 도착해 위탁수하물 무게를(우리는 23kg로 2pc) 잰다고 법썩을 떠는 데 병태가 자기 가방에서 뭔가를 쓱 꺼내서 건네주었다. 두툼한 가족사진앨범이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선물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뇽은 먼저 떠나고, 혜진과 병태의 배웅을 받으며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근처에서 장거리 비행을 위해 갑갑한 단복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경유지인 애틀랜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앨범을 몇 번이고 들여다 보았다. 글썽거리면서 엄청 웃었다. 사랑해.

  니카라과 입국심사에서는 심사관이 얼마냐 머무를 건지 물었다. 2년이라고 하니 깜짝 놀란다. 너 아예 여기서 살러 왔구나!" 하는 말에 아 내가 여기 정말 살러 온 거구나, 실감했다.

  저녁 9시가 훌쩍 넘어서 산디노 공항에 도착했다. 연착으로 오래 기다린 사무소 분들 및 마나과 선임단원들과 인사하고 한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마나과에서 하루 머무르는 숙소에서 동기선생님들과 간단하게 맥주를 (나는 구경만했지만) 마시고 세수도 하지 않고 기절했다. 꿈 없이 깊이 잤다.
  다음 날 일어나서 조식으로 먹은 가요삔또(거의 주식으로 먹는 팥밥)는 무척 맛있었다. 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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