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의 방랑기/아디오스, 니카라과

코이카 봉사단 2차 면접 후기

테오∞ 2017. 6. 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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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현재를 기준으로 면접은 3:3으로 진행된다. 세 명의 면접관 중 한 명은 기술면접을, 나머지 둘은 인성면접을 담당한다. 이전 게시글에서 소개한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ikoica)에서 지난 기수 면접 질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강 살펴보았는데 대략적인 경향성과 면접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한국어 교육 분야의 경우 코이카 한국어 교육 기술 면접 총 정리와(http://cafe.naver.com/ikoica/3144)’, ‘한국어교육 면접자료(http://cafe.naver.com/ikoica/23195)’ 등의 게시글이 특히 유용했다.

 

  1차 합격 발표일과 2차 면접일 사이의 기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1차는 무조건 합격할 것이라 확신한다면 면접 연습을 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허겁지겁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제대로 썼는지 불안했고, 성격 상 일정이 확실하게 정해지고 난 다음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1차 합격 발표를 확인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예상 질문 목록을 작성했다. 물론 (당연히)답도 함께 준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해외봉사 및 나 자신의 비전을 다시금 정리해 보면서 싱숭생숭한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경을 써서 준비한 부분은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해당 파견국을 지망한 이유와 파견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현지 생활에서 겪게 될 어려움과 해결법,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등이다. 기술면접은 기출 빈도가 높은 주요 질문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특히 실제 수업에서 해당 내용을 학습자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대학에서 한국어학과의 전공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이상 대개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초급 대상일 것이라고(그리고 그들의 한국어 실력이나 나의 현지어 실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된 답을 구두로 대답하는 연습을 했다.

 

드물게 맑았던 4월의 어느 하늘

 

  면접은 4월이었다. 노란리본과 함께 깃 없는 짙은 색 자켓과 헨리넥 셔츠, 역시 어두운 색의 슬랙스를 챙겨 입고 양재동으로 갔다. 적당히 격식을 차리면서도 너무 신경쓴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면접 복장이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하여간 초행길에 허겁지겁하고 싶지 않아서 일찍 출발했고 배정 받은 면접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전체 대기 장소인 대강당에서 약 500 문항 정도의 적합도 검사를 풀었다.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OMR 카드의 동그라미를 채우고 있자니 중고등학교 시절 했던 인성검사가 생각났다. 소신껏 답해야 할지 적당히 꾸며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나 같은 경우는 그냥 평소 생각하던 대로 답했다(시간이 지나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문제가 있다같은 문항에서는 매우 그렇다를,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때문이다같은 문항에는 별로 그렇지 않다를 선택했다. 딱히 그것만 문제인 게 아니니!). 문제를 빨리 푼 건지, 내가 너무 일찍 온건지 적합도 검사지를 제출한 뒤에도 꽤 오래 대기해야 했다. 전체 대기실 바깥에 선임 단원에게 물어보세요!” 같은 이름을 달아야 할 것 같은 작은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는 김에 가서 이것저것 물었다. IT 분야로 네팔에 파견 되었다가 돌아온 단원이었다. 그러던 중 호명되어 다른 층에 있는 면접실로 이동했다.

 

  면접실 앞에서 목을 축이라고 생수 한 병씩을 받았다. 긴장 때문인지 목이 타서 면접을 보는 중간중간 다 마셨다. 손이 계속 떨렸는데,  면접실에 들어가니 앉게 되는 의자 앞에 책상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동남아 지역에 파견되었다가 귀국 후 재지원한 단원, 교육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지원자와 함께 들어갔다. 이날 받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개별 질문과 전체 질문이 섞여있는데, 다른 사람의 답에 이어 대답하기도 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보세요./기관별로 학습목적이 다른 학습자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려웠던 점은?/어떤 활동을 진행했나?(재지원한 단원)/합쇼체와 해요체 중 어떤 것을 먼저 가르칠 것인가?/‘은는이가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서와 니까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1지망 국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망 하지 않았던 국가에 배정되어도 괜찮은가?/현지 기관과 코이카 현지 사무소에서 불합리한 일을 /지병이 있는가?/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단점은 무엇인가?

 

  면접이란 것이 대개 그렇듯 인성면접의 경우 특별히 정답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해외 봉사에 임하는 뜻을 진지하게(그리고 유쾌하게) 밝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질문에는 두괄식으로 간결하게 대답하자. 면접의 기본이자 면접관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최소한 같이 면접실에 들어가는 다른 지원자들을 위해서라도, 두괄식/간결, 제발. 함께 면접을 보는 지원자들 중 하나가 자기 PR하기를 대단히 즐기는 것 같은 장광설의 소유자라고 생각해보시라. 넓은 마음의 소유자들이야 허허 하겠지만, 애초에 성격이 꼬인 나는 무척 피곤했다. 피곤한데 표정관리 하느라 더 힘들었다.

 

  여튼 이렇게 면접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그 때 그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할 걸하는 생각을 하며 밤마다 이불을 찼다. 며칠 뒤 신체검사 대상자(2차 전형 합격자)가 발표 되었다. 이불에 구멍이 나기 전에 발표가 나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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