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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방랑기

나와 엄마와 엄마의 엄마: 암스테르담 더치 레스토랑 Moeders

by 테오∞ 2019. 11. 28.

  네덜란드는 확실히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다. 그래도 방문한 나라의 전통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여행의 별미. 암스테르담 더치 식당을 찾던 중 적당한 네덜란드 전통 음식/가정식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엄마와 함께한 여행에 딱 맞는 이 식당의 이름은 Moeders, 네덜란드어로 어머니들이라는 뜻이다. 암스테르담의 핫스팟 중 하나인 요르단 지구에 인접해있다. 1990년 문을 연 이 작은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벽을(화장실까지 포함해) 빼곡하게 채운 크고 작은 사진들이다. 모든 사진의 주인공은 어머니. 암스테르담 주민을 비롯해 제각기 다른 나라와 도시에서 방문한 손님들의 어머니들이다. 식당 이름이 '어머니들'인 이유다. 

그 빽빽한 느낌이 핸드폰 카메라로는 안 산다.

  더 이상 사진을 놓을 공간이 없어 보이지만 뫼더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어머니 사진을 환영하고 있다. 그래서 본인도 미리 외할머니와 함께 찍은 엄마의 사진을 챙겨갔다. 당시 온두라스에 있었던 지라 한국에 있는 병태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고르고 스캔해 새롭게 출력했다. 도저히 한 장을 고를 수 없어서 결국 여러 장을 뽑았다. 엄마가 출국하기 직전 엄마 캐리어에 몰래 사진을 넣었다는 동생의 연락을 받고, 첫 도시였던 헤이그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는 척하며 본인 배낭에 슬쩍 챙겨 넣었다.

  며칠 뒤. 아른헴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암스테르담 도심 관광 뒤 또 잔센스카스로, 빡빡했던 하루의 마지막 날 혜진이랑 같이 뫼더에 갔다. 그냥 가면 오래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해 미리 예약해 두었었다. 엄마에게는 그저 전통 네덜란드식을 먹으러 간다고 말했다. 방문했을 때가 저녁 8시 언저리였는데, 해가 지지 않은 거리는 밝디 밝았다. 식당의 거의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차 있었다. 조금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혜진이에게 슬쩍 어떠냐고 물었다. 벽에 걸린 사진들의 공통점을 눈치채지 못하는 눈치였다. 각자 적당히 주문하고 난 다음, 가방에서 준비한 사진을 꺼냈다. 사진들이 모두 누군가의 어머니들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말해주었다. 어린 엄마와 엄마의 엄마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본 엄마가 울었다. 외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돌아가셨다. 혜진이가 지금의 나보다 고작 대여섯살 더 많았을 때였다. 

  엄마는 울다가, 어떻게 사진을 가져왔는지 놀라워하다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웃다가, 사진에 대해 얘기해주다가, 다시 울다가, 나온 음식을 먹다가, 또 울다가 웃었다. 야호. 

최종 후보들 / 본인이 먹은 더치 가정식. 완두콩+감자 으깬 것에 그레이비 소스를 얹고 미트볼과 소세지를 곁들여 줌

  음식은 투박한 담음새가 재밌었지만 딱히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다. 후식까지 먹고 식당을 나섰을 때는 가로등 빛이 밝은 시간이었다. 엄마와 손을 잡고 숙소로 가는 빨간 트램에 탔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고른 엄마와 엄마의 엄마의 기억. 초등학교 입학원서 사진

 

 * 암스테르담 더치식, 전통 네덜란드식 식당

 * 영문 홈페이지를 지원하고 있으며, 해당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 인스탁스 미니 같은 즉석사진기나 포토프린터를 챙겨가 현장에서 엄마와 사진을 찍고 남겨왔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아래는 식당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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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Moeders

Rozengracht 251, 1016 SX Amsterdam (+31 20 626 7957)

http://www.moeders.com/

평일 디너 17시~24시 / 주말 런치 12~16시(예약불가), 디너 17시~24시

* 주문 마감 2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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